영화음악 감독 방준석, 내달 6일 첫 영화음악 콘서트
방준석(48) 영화 음악감독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두 배우가 있다. 박중훈과 조승우다. 영화 ‘라디오스타’(2006)에서 박중훈이 불러 화제를 모은 ‘비와 당신’과 ‘사도’(2015)에서 조승우가 노래해 주목받은 ‘꽃이 피고 지듯이’를 모두 방 감독이 만들었다.
입소문이 난 노래엔 사연이 깃들기 마련이다. “‘비와 당신’은 박중훈이 일부러 소주를 마시고 녹음실에 들어가 필 받아 노래해” ‘라디오스타’ 속 한물간 가수 최곤의 서글픔이 더해졌다. “조승우는 ‘사도’를 극장에서 조조로 보고 울며 감동해 영화에도 출연하지 않았는데 노래를 불러줘” 영화 흥행에 힘을 보탰다. 영화 ‘후 아 유’(2002)에서 인연을 맺은 조승우를 설득해 녹음실로 불러들인 건 방 감독이었다.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방 감독이 들려준 스크린 속 명곡의 탄생 비화다.
방 감독은 2000년대 이후 한국 영화 음악의 큰 산맥이다. 한국 영화 최초 ‘쌍천만 관객 동원’(1,2편 모두 1,000만 관객 달성)이란 진기록을 세운 ‘신과 함께’ 1, 2편을 비롯해 ‘공동경비구역JSA’(2000)와 ‘너는 내 운명’(2005), ‘베테랑’(2015) 등 굵직한 작품의 영화 음악 제작을 도맡았다. 블루스록부터 국악, 클래식까지 아울러 영화마다 다양한 서정을 입혔다. 인디 밴드 방백의 기타리스트로도 활동 중인 그가 만든 영화 음악은 친숙한 듯 낯선 게 장점이다.
20여 년 동안 60여 편의 영화 음악을 만든 방 감독은 생애 첫 영화 음악 공연을 연다. 다음달 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88잔디마당에서 열릴 음악 축제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가 무대다. 영화 ‘덩케르크’의 한스 치머와 ‘라라랜드’의 저스틴 허위츠 등 세계 영화 음악의 스타들이 지난해 거쳐간 그 공연이다.
방 감독은 처음 섭외 전화가 왔을 땐 걱정이 앞섰다. 치머와 허위츠 다음 주자로 무대에 서는 게 큰 부담이 돼서였다. 마음을 돌린 건 “관객들에 영화 음악 체험의 기회를 주고 싶어서”라고 했다. 오케스트라와 록 밴드의 라이브 연주로 영화에 압축된 소리를 일깨워 스크린 밖으로 이끌어보고자 하는 욕심에서였다.
방 감독은 ‘신과 함께’ 시리즈와 ‘사도’ 음악을 두 축으로 100분의 공연을 꾸린다. 그가 스크린 밖에 세운 무대엔 60인조 오케스트라 외에 국악 연주자도 함께 오른다. ‘사도’에서 사도세자(유아인)가 칼을 쥐고 경희궁으로 올라가는 장면에서 비장하게 흐르는 ‘만조상해원경’을 들려달라는 요청이 많아 공연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방 감독은 ‘사도’ 영화 음악 작업을 계기로 국악에 발을 들여 지난해 국악극 ‘꼭두’까지 만들었다. 그의 음악적 뿌리는 서양 음악인 록이다. 방 감독은 가수 이승열과 1994년 유앤미블루로 데뷔해 블루스와 모던록을 결합한 음악을 국내에 선보였다. 방 감독은 “국립국악원과 ‘꼭두’를 만들며 너무 많은 걸 깨닫고 배웠다”며 “내겐 음악적 발견과도 같은 작업”이라고 했다.
국악이 준 새로운 자극은 그의 음악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방 감독은 “‘신과 함께’ 1, 2편 주요 테마곡을 국악의 5음계를 바탕으로 만들었다”며 “외국에 나가보니 이 영화 음악을 굉장히 동양적으로 받아들여 신기했다”고 말했다.
방 감독은 ‘꼭두’의 영화판인 ‘꼭두 이야기’를 다음달 4일 개막하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선보인다. ‘꼭두’는 영화 ‘가족의 탄생’과 ‘만추’로 유명한 김태용 감독이 방 감독과 손잡고 만든 작품이다. 방 감독은 “김 감독과 연극 모임을 통해 만나” 친분을 이어오고 있다.
방 감독은 미국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한국으로 건너와 경영학 석사를 땄다. “학부 때는 음악을 할 꿈도 꾸지 못했다”는 그는 1990년대 중반 기타리스트로 삶의 방향을 돌렸다. 처음엔 가시밭길이었다. 방송사 쇼 프로그램에서 연주도 했지만 돈벌이가 시원치 않아 차비가 없어 걸어 다니기 일쑤였다. “음악만 하면 좋겠다”고 마음먹고 꿈을 쫓던 시절이었다.
괴짜 같은 방 감독은 인터뷰 장소에 오토바이를 타고 왔다. 그의 집은 경기 김포였다. 이준익 영화 감독은 ‘변산’ 등을 함께 한 방 감독의 작업실을 한 번 가보라고 권유한 적 있다. 작업실 옆에 텃밭을 가꿔 놓아 한 숨 돌리기 좋다면서 한 얘기였다.
방 감독은 음악 축제 제목처럼 느린 삶을 실천하고 있다. 그는 집 주변에 사과나무 50그루를 심었다. 텃밭엔 토마토를 키워 지인에 나눠준다. “자연스럽게”가 인생의 화두인 방 감독은 “경계를 뛰어넘어 누군가에게 스미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고 바랐다. 방 감독과 같은 날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영화 콘서트가 펼쳐진다. 이튿날인 7일에는 영국 밴드 더 뱀프스와 뉴 호프 클럽, 재즈 밴드 타워 오브 파워가 무대를 잇는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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