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불패’ 카드인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언론 시선이 곱지 않다. 4월 첫 회담 당시 한반도를 향해 찬사를 보내던 분위기와는 딴판이다.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가 수개월째 진척 없이 맴돌면서 기대치가 많이 떨어졌고, 한미 양국 내에서 부정적 평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의 선의를 이용해 역으로 한미동맹의 틈을 벌릴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 것도 이유다.
뉴욕타임스(NYT)는 15일(현지시간) “대북정책에 대한 회의적 여론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평양을 찾아 3차 정상회담에 나선다”고 전했다. 지난 4월 1차 정상회담 때는 판문점에서의 드라마틱한 장면에 대중이 열광했지만, 지금은 정상이 만나 과연 꽉 막혀있는 핵 문제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고개를 갸웃한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또 문 대통령 지지율은 1차 정상회담 직후 83%에서 최근 49%로 떨어져 취임 후 최저치라고 전했다. 침체된 고용시장과 치솟는 부동산 가격 등 불안한 경제는 문 대통령 입지를 좁히는 또 다른 악재다.
워싱턴포스트(WP)는 대화국면에 밀려 눌려있던 한국과 미국 보수진영이 반격에 나서는 상황도 조명했다. WP는 우여곡절 끝에 개성에 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설해 남북이 상시 소통 채널을 확보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트럼프 정부와 한국의 보수론자, 미국의 또 다른 핵심동맹인 일본 모두 심기가 불편하다고 분석했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초반 “과거 보수정부의 대북정책은 완전한 실패”라고 일갈하며 밀어붙일 때만해도 보수진영은 꿀 먹은 벙어리였다. 하지만 지금은 문 대통령이 초당적 협력을 당부하며 평양 방문에 동행에 달라고 제안해도 야당 대표들이 거절할 정도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WP는 특히 6월 북미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논의가 겉돌면서 북한을 제대로 옭아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지난주 열린 서울안보포럼에서 한국의 장관들은 일제히 북한의 입장을 지지하며 미국을 향해 종전선언을 촉구했다고 상반된 분위기를 전했다. NYT는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안에 비핵화를 이룰 것”이라고 약속한 것에 고무돼 있는 한국 진보진영의 반응을 동시에 실었다.
3차 정상회담을 계기로 제기되는 또 다른 우려는 북한의 이간 전략이다. 북한은 한미 군사연습 중단으로 큰 이득을 챙겼지만, 이에 호응해 취했어야 할 비핵화 조치에 손을 놓고 있다. 그 결과 북미관계가 답보상태인 가운데 남북관계만 독주하는 비대칭적 구도가 굳어지고 있다. 앤드루 스코벨 미 랜드 연구소 정치분야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변하지 않는 전략적 목표는 한미동맹을 와해시키는 것”이라며 “김정은은 문 대통령의 열정과 선의를 이용해 끊임없이 한미 간 긴장을 조성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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