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을 앞두고 급증한 업무 탓에 지병이 악화돼 사망한 배송기사에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6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행정2부(부장 안종화)는 올해 초 뇌경색으로 사망한 배송기사 A(59)씨의 아내 이모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요양급여 지급 불승인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경기도의 한 농산물 판매업체에서 배송을 담당하던 A씨는 2012년 10월 갑자기 몸에 이상을 느껴 병원을 찾았다가 뇌경색 진단을 받았다. 그는 과도한 업무로 발병했다며 요양급여(업무상 재해의 질병ㆍ장애에 따른 치료비)를 신청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이 “뇌경색은 지병인 고혈압과 당뇨 탓”이라며 지급을 거절하자 법률구조공단 도움으로 행정소송을 냈다. 올 2월 지병이 악화된 A씨가 세상을 떠나면서, 아내 이씨가 소송을 이어 진행했다.
재판부는 “뇌경색은 업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급격한 업무 증가와 스트레스로 인해 평소의 기초 질병이 자연적인 경과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했다고 추론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매주 4일씩 새벽 3~4시에 출근해 장거리 배송을 하는 등 근무시간이 매주 76~78시간에 달했던 점 ▦2012년 20톤 내외였던 배송량이 추석이 있던 9월 66톤으로 급증한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감당하기 벅찬 수준의 업무량으로 장기간 육체적 피로가 누적됐고, 추석 명절 배송량 증가로 단기간 급격하게 업무상 부담이 증가했다”며 “하루 1시간 휴식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등 충분한 휴식의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고 봤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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