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권에서 돈을 빌리려는 이가 본인이 원하는 대출조건을 제시하고 금융사가 이를 바탕으로 최종 조건을 제안하는 역제안 방식의 대출상품이 나온다. 금융회사가 핀테크(FintechㆍIT 기술을 접목한 금융서비스) 회사와 손잡고 선보이는 새로운 유형의 대출 플랫폼인데, 금융당국은 이처럼 금융사와 핀테크 기업 간 협업을 주선해 새로운 금융서비스 출시를 유도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핀테크 기업 11곳에 자사가 개발한 혁신적 금융서비스를 일부 소비자를 대상으로 검증(테스트)해 볼 수 있는 권한을 주기로 결정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는 정부가 최근 금융사에만 허용됐던 금융서비스를 핀테크 기업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하는 지정대리인 제도를 도입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금융업 인가를 받지 않은 핀테크 기업이 특정 금융사로부터 예금 수입, 대출 심사와 같은 금융 본연의 업무를 위탁 받아 스스로 구상한 혁신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다. 지정대리인으로 선정된 핀테크 회사는 2년 동안 서비스 검증에 동의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해당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는데, 정부는 신청사 11곳 가운데 9곳을 지정대리인으로 선정하고 2곳은 대리인 지정 없이 금융사 업무를 위탁받는 걸 허용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이번 조치를 계기로 전에 없던 다양한 금융서비스가 개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BI저축은행은 핀테크 기업 핀다와 손잡고 역제안 방식의 대출 온라인 플랫폼을 선보인다. 대출 받으려는 이가 금융사에 대출 조건을 제시하면 금융사가 이를 고려해 최종 조건을 제안하는 방식인데, 이는 핀다가 개인의 다양한 데이터(동의 전제)를 수집해 만든 ‘대안신용평가’ 모형에 바탕하고 있다. 개인의 신용도를 이전 방식보다 훨씬 정교하게 매기기 때문에 개인이 새 신용도를 기반으로 금융사에 대출조건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금융사로서도 대출 고객을 확보하는 데 들이는 마케팅 비용이 줄어 금리를 낮출 유인이 생긴다.
11곳 중 5곳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부동산 등의 시세를 산정하거나 대출심사를 하는 플랫폼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핀테크 기업 스몰티켓은 한화손해보험과 손잡고 만 7~10세의 고령견을 겨냥한 펫보험을 선보인다. 보험과 핀테크를 결합한 인슈테크 사례다.
정부는 핀테크 기업의 혁신 서비스 도입을 앞당기는 차원에서 금융혁신지원 특별법 제정에 만전을 기울일 계획이다. 이 법은 핀테크 기업이 구상한 혁신 서비스를 현장에서 각종 규제를 적용 받지 않고 테스트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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