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일자리 엔진이 멈춰서고 있다. 16일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경제활동인구 조사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올해 1분기 취업자 증가율을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로 나눈 고용탄성치는 0.252로 미국의 2분의 1, 일본의 8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고용탄성치는 경제 성장에 따른 고용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경제가 1% 성장할 때 일본의 일자리 창출능력이 한국보다 8배나 높다는 뜻이다. 한국의 고용탄성치는 2분기 0.132로 다시 반 토막이 났기 때문에 격차는 더 벌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통계청의 ‘8월 고용동향’에서 확인됐듯, 취업자 수와 청년실업률 등 각종 고용지표가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다. 문제는 미국 일본 등 우리보다 산업구조가 고도화한 선진국보다 고용창출 능력이 더 떨어진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산업구조의 차이를 고용 격차의 주원인으로 보고 있다. 미국 일본은 내수시장이 크기 때문에 재정 확대 등 경기 부양 효과가 고용 창출로 곧장 연결된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경제는 고용유발 효과가 낮은 반도체 석유화학 등 장치산업이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아무리 반도체 수출이 늘어도 고용 개선이 쉽지 않은 까닭이다.
그렇다면 해답은 자명하다. 수출 대기업 중심의 성장 대신 고용유발 효과가 높은 내수ㆍ서비스 산업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 내수 비중을 키우려면 관광 의료 교육 유통 금융 등 서비스 산업의 선진화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서비스 분야 규제 개혁 법안은 수년째 국회에 발이 묶여 있다. 핀테크 산업 혁신을 위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 독려한 은산분리 완화 법안도 지난달 임시국회 처리가 무산됐다. 진영논리의 득세와 기득권 집단의 이기주의 탓이다.
지금은 최저임금 논란으로 허송세월 할 때가 아니다. 주력 수출 업종이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자본집약적 장치산업으로 옮겨가면서 초래된 성장과 고용의 괴리라는 구조적 문제로 고용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심각한 상황이다. 난마처럼 얽힌 서비스 산업의 규제를 풀고 자율주행차 드론 등 혁신산업에서 새로운 성장 엔진과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낡은 규제를 걷어 내고 산업구조를 바꾸는 게 일자리 문제 해결의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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