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 행복해 보이는, 그래서 많은 이들이 부러워하는 스타들. 그들에게도 간절히 바라는 무언가가 있을까. 의외로 대화를 나눠보면 스타의 소원은 인간적이고 소박하다. 손예진의 답변에서 이를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손예진은 지난 2001년 드라마 '맛있는 청혼'으로 데뷔해 어느덧 데뷔 18년차 배우가 됐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무색하게 여전히 청순미를 간직한 손예진은 한국 영화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한 채 오늘도 열심히 달리고 있다.
그의 새 작품 '협상'은 사상 최악의 인질극을 해결하는 협상가의 이야기를 그린 범죄 오락물이다. 손예진이 협상가 하채윤으로, 현빈이 인질범 민태구로 분해 색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독특한 연출 방식도 두 배우에겐 도전으로 다가왔다. 극 중 영상전화를 통해 협상을 벌이는 두 인물인만큼, 실제로 연기를 할 때도 모니터를 통해 서로를 보며 이원촬영을 진행했다.
손예진은 긴 머리카락을 과감히 자르고, 외적으로도 보다 경찰의 전문성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처음 맡는 역할이어서 더 많은 연구와 노력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데뷔 이후 큰 부침이 없었고, 쉼 없이 달리고 있는 손예진에게도 슬럼프가 있었을지 궁금했다.
그는 "매너리즘처럼 순간적으로 오는 것들이 있다. 작품 할 때도 있고 끝나고도 있다. 앞으로도 그런 건 계속 가지고 갈 거 같다"고 털어놨다.
지금보다 예전이 더 어려웠다는 손예진은 "'연기를 잘하고 싶은데 내가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건가, 어찌 해야 하지'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경험이 없을 때 갖는 불안함과 결핍으로 꽝꽝 차 있던 시절이었다"고 20대를 회상했다.
"30대는 많은 경험을 했어요. 이 시기에 슬럼프였다고 언제를 딱 집긴 어렵네요. 작품을 꾸준히 해와서 하나씩 지나온 시기들을 돌아보면, 항상 새롭고 싶고 도태되고 정체되고 싶지 않은 마음이 기본 바탕에 있는 거 같아요. 한 번 보여준 게 아닌 다른 걸 찾게 되고. 만약 저도 어느 지점에서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패턴의 연기를 했어야만 한다면 더 (고민이) 심했겠죠."
늘 변화를 꿈꾸는 손예진은 "이미지는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며 웃었다.
"계속 고민하는 지점이기도 해요. 고립되기 쉬운 직업이니까요. 많은 경험을 해야 표현하는데 경험하는 게 점점 작아지고. 주변에 쓴소리를 하는 사람도 별로 없어요. 친한 배우들끼린 더 그런 얘길 못해요. 민감한 지점들이 있으니까. 나를 객관화시켜서 봐야 하는 지점이 있는 거 같아요. 스스로에 대한 채찍질인 거죠."
작품을 할 때마다 '완벽주의' 손예진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스스로를 옭아매는 스타일이라고 고백했다.
"의사들이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하잖아요. 나는 안 받았다고 생각하는데 이상하게 잠을 못 자고 약간의 불면증이 생기거나 할 때, '내가 스트레스 받았나' 하는 걸 몸으로 느끼기도 해요. 결국은 행복하자고 하는 일들이니까 일하면서 받는 스트레스가 커도 어쩔 수 없이 끝까지 안고 가는 지점이라고 생각하고요. 제가 편하게 하는 스타일이 못 되어서 내려놓으면서 하기가 쉽진 않네요."
그렇다면 인간 손예진이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그는 '세 가지 소원'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지금 이 나이로 살게 해주세요. 건강하게 해주세요. 슬픔이 없게 해주세요."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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