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수도권 신도시와 세종, 부산 등 최근 몇 년 새 집값이 급등한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60채를 사들였다. 아파트 쇼핑의 비결은 소액의 자기 돈에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더해 집을 사는 ‘갭 투자’였다. A씨는 과세당국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아파트를 친인척 명의로 분산한 후 연간 임대수입 약 7억원을 신고하지 않았다. 또 아파트 값이 상승하면 이를 팔아 거액의 시세차익을 남긴 후 인테리어 사업자에게 부탁해 ‘허위’ 건물수리 영수증을 끊어 비용 처리하는 방식으로 양도소득세까지 탈루했다. 결국 국세청은 A씨에게 소득세 수억원을 추징했다.
국세청은 16일 이처럼 주택임대소득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고 세금을 탈루한 1,500명에 대한 세무검증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번 검증대상은 대부분 연간 수천만~수억원의 임대소득을 신고하지 않아 세금탈루가 의심되는 다주택자 또는 고가(高價) 1주택자다. 현재 전ㆍ월세 등 연간 임대소득이 2,000만원을 넘는 경우(2,000만원 이하는 내년부터 과세) 근로ㆍ사업소득 등 다른 소득과 합쳐 종합과세(6~42%)하고 있다. 국세청은 이들에게 임대소득을 신고하지 않거나 낮춰 신고한 부분에 대해 소명을 요구하고, 소명이 충분치 않으면 소득세를 추징한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 부근에 고급 빌라 17채를 보유한 B씨는 주로 한국에 파견 나온 외국계 기업의 주재원을 상대로 ‘깔세’(1~2년치 월세를 한꺼번에 미리 지급) 장사를 하고 있다. 그는 현행 세법상 외국인은 월세세액공제(월세로 낸 돈의 10%를 세금에서 깎아주는 제도)를 신청할 수 없고 확정일자 신고도 잘 하지 않는 점을 악용, 이들에게 받은 월세수입 7억원 전액을 신고하지 않았다. 세입자의 신고자료가 없기 때문에 과세당국이 자신의 임대소득을 절대 포착할 수 없다고 판단한 셈인데, 결국 국세청에 적발돼 소득세 수억원을 추징 당했다.
무역업체 대표 C씨는 해외 거래처에 물품을 수출하며 받은 대금을 개인 계좌로 빼돌려 이 돈으로 서울 강남 고가 아파트 6채를 사들여 세를 준 후 임대수입 약 6억원을 탈루하기도 했다. 경기 성남 소재 주상복합건물을 산 후 자신이 운영하는 슈퍼마켓 수입과 상가 임대수입만 신고하고 주택 월세수입 9,000만원을 신고하지 않은 자산가도 적발됐다.
올해 검증대상 선정에는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등의 행정자료를 토대로 구축된 ‘주택임대차정보시스템’(RHMS)이 처음 활용됐다. 2014년부터 국세청은 매년 전ㆍ월세 확정일자 자료, 월세세액공제자료 등을 토대로 고가ㆍ다주택자 임대소득을 검증해왔다. 하지만 임대소득 노출을 꺼리는 집주인 요구로 세입자가 확정일자를 받지 않거나 세액공제를 신청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사각지대가 많았다. 그러나 이달부터 각 부처에 흩어진 주택 관련 자료가 RHMS를 통해 국세청에 넘어오며 정밀추적이 가능해졌다. 국세청 관계자는 “RHMS상 ‘건축물에너지정보’(국토부) 자료를 통해 확정일자엔 주택이 공실로 돼 있는데 전력사용량을 보면 세입자가 있는 사례를 적발할 수 있다”며 “법원에서 전세권ㆍ임차권 등기자료도 수집해 과세 인프라를 더 확충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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