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친구가 보낸 서예전 초청장이다. ‘오래 전부터 환경운동과 시민운동에 앞장서 온 의사죠. 한시에 조예가 깊고, 사진도 잘 찍는데다 옛 노래도 모르는 게 없는 멋장이’. 하나님도 너무하셨지란 말이 나올 정도로 한 사람에게 많은 재능과 의욕을 몰아주신 셈이다. 세계 최초 민간 우주 여행가는 미국의 백만장자 데니스 티토다. 2001년 소유즈 우주선을 타고 우주정거장을 갔다 오면서 1.2m 높이의 대형 창문 너머로 지구를 감상하거나 무중력 체험을 했다. 8일간 우주에 머물며 지구를 128바퀴 돈 뒤 귀환했는데 우리 돈으로 200억 원을 비용으로 냈다.
대부분 국가에서 상위 20% 종목이 전체 시가총액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엔젤 투자는 최고로 잘한 홈런 비즈니스 1개가 나머지 투자 건을 모두 합한 것 보다 더 큰 가치를 돌려준다. 보통 80대20 법칙으로 알고 있는 파레토법칙이다. 집단의 성과를 상위 20%가 이끈다는 것이다. 소득주도성장론을 단기적 경기부양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하며, 정부가 고부가가치 산업에 투자하여 지속적 성장잠재력 회복을 위한 투자주도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파레토법칙에 터잡고 있다.
상위 20%의 엘리트 집단이 파레토법칙의 주인공이라면, 멱법칙에서는 반대로 80%의 긴 꼬리(long tail)를 주목한다. 일자리의 90% 가까이가 자본을 독점하는 소수 재벌이 아니라 중소기업에 의해 창출되는 것처럼 하위 80%의 영향력이 크다는 주장이다. 경제 침체와 성장 둔화의 원인을 내수와 소비 부족 및 소득분배 불균형 문제로 보고, 노동자들의 임금을 높이고 소득을 재분배해 총수요를 늘려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는 소득주도성장론은 멱법칙을 주목한 것이다. 기업이나 개인에게 적용되던 멱법칙을 국가 차원까지 확장하려는 노력이다. 오죽하면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도 최저소득제를 옹호하고 나섰다. 로봇과 AI 기술이 진화를 거듭하는 시대에 사회가 지속 가능할 수 있는 방법은 소득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 말고는 대책이 없다는 주장이다.
자연도 멱함수분포를 싫어해서 대부분의 자연현상은 정규분포를 따른다. 오프라인 세상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분포도 정규분포이다. 평균값에 가장 많은 사람이 몰리고 그보다 크거나 작아질수록 해당하는 사람의 수가 적어지는 분포이다. 보통 자연계에서는 잘 보이지 않던 멱함수도 사람이 개입하며 생기는 사회현상에서 더러 나타난다. 특히 인터넷과 웹이 우리의 일상을 움직이는 네트워크의 세계에서는 멱법칙을 따르는 이 드문 예외들이 더 자주 나타날 전망이다.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가 심화해 10%가 전체 부의 90%를 소유하고 나머지 90%가 10%로 살아가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면 늘어난 고무줄이 결국에는 끊어지고 말듯이 시스템 자체가 붕괴한다. 한번 보시라. 한정된 자원을 잘 활용하기 위해 우선순위를 정하다 보면 행동 패턴이 멱함수를 따르게 되며, 멱법칙에 따른 폭발성이 필연적으로 증폭된다. 인위적 조건 없이도 파레토법칙의 사례들은 여러 형태로 나타나고 그 영역은 유지되겠지만, 세상에서는 멱함수의 롱테일 영역이 미래지향적으로 확대될 것이다. 그렇다면 멱함수의 법칙이 곳곳에 스며있는 네트워크 사회에서 엘리트집단과 공중집단 중 어떤 집단이 더 큰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너무나 평범하게도 둘 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자유와 평등이 서로를 배제하는 것이 아닌 상호보완적 개념이듯이 활동적인 소수집단과 비활동적인 다수집단의 존재 모두가 호혜적으로 존재해야 한다. 어차피 우리는 자연법칙에 개입하거나 자원 활용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을 결코 피하거나 미룰 수 없는데 이 때 ‘적당히’ 하면 비겁하고 지는 것인지 자꾸 묻게 된다.
구자갑 롯데오토리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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