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영화보다 무서운 드라마가 탄생했다. ‘장르물 명가’로 꼽히는 OCN의 새 수목드라마 ‘손 the guest’의 이야기다.
지난 5일 첫 방송을 시작한 ‘손 the guest’는 앞서 김동욱, 김재욱, 정은채 등의 캐스팅 소식만으로도 역대급 드라마를 예고하며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OCN의 대표작인 ‘보이스1’의 연출을 맡았던 김홍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는 소식과 국내 최초 ‘엑소시즘’ 드라마에 도전한다는 사실이 전해지며 ‘손 the guest’를 향한 시청자들의 기대감은 증폭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베일을 벗은 ‘손 the guest’는 예상을 뛰어넘는 스토리 전개와 압도적인 영상미로 안방극장에 충격을 선사했다. 첫 회 시청률 1.6%로 시작했던 ‘손 the guest’가 2회 만에 무려 1.3%P의 상승을 기록하며 2.9%까지 올라선 것 역시 첫 회의 충격을 증명하는 결과다.
영화 못지 않은 높은 퀄리티의 연출과 더불어 예상을 뛰어넘는 수위의 엑소시즘 스토리는 그간 OCN이 선보여왔던 수사 장르물과는 또 다른 ‘역대급 장르’를 개척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손 the guest’가 ‘손’이라는 악령의 존재를 소재로 삼아 그에게 빙의된 자들의 이야기를 그리며 외국의 엑소시즘 문화가 아닌 한국적 엑소시즘을 탄생시켰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구마사제라는 천주교적 개념과 더불어 한국 전통 문화인 무당, 굿 등을 함께 등장시키며 ‘낯섦’을 ‘익숙함’으로 치환한 것 역시 ‘손 the guest’의 강점이다.
앞서 지난 2015년 개봉했던 김윤석, 강동원 주연의 ‘검은 사제들’이 구마사제들의 구마의식을 다뤘던 바 있으며, 2016년 개봉작인 ‘곡성’에서는 악령에 빙의된 자와, 악령이라는 존재가 벌이는 살인 사건과 이를 한국적 방식인 ‘굿’으로 퇴마하려는 이들의 이야기가 그려진 바 있다. 두 작품 모두 개봉 당시 국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소재와 감각적 연출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손 the guest’는 두 영화의 임팩트를 그대로 잇되, 두 영화가 담았던 이야기를 하나로 흡수하며 진화했다. 드라마 시장에서는 최초로 선보여지는 엑소시즘 호러 장르가 회를 거듭하며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
다만, ‘손 the guest’가 아직 풀어나가야 할 숙제 역시 존재한다. 먼저, 15세 관람가임에도 불구하고 다소 높은 수위에 대한 고찰의 필요성이다.
1, 2회 방송에서 ‘손 the guest’는 악령에 빙의된 이들이 잔인한 살인을 저지르고, 악령과 대치하던 구마사제가 환상에 시달리는 등 강렬한 장면들을 연이어 선보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살인 방법, 살해된 이들의 시체 등이 적나라하게 전파를 타며 수위에 대한 우려를 자아냈다.
‘보이스1’ 당시에도 제기됐던 수위의 문제가 다시 한 번 반복되고 있는 만큼, 장르의 특징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시청자 연령대를 고려한 제작진의 조치가 필요할 듯 하다.
또한 공포 영화를 뛰어넘는 무서운 연출로 인한 시청자들의 접근성 하락 역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실제로 첫 방송 이후 ‘손 the guest’의 잔인함과 공포 분위기 때문에 시청 중 채널을 이탈했다는 의견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2화에서 시청률이 수직 상승하긴 했지만, 여전히 ‘보이스1’ 등 다른 장르물에 비해 스타팅 성적이 낮은 점 역시 이 같은 이유에서 찾을 수 있겠다. 특정 마니아 층만을 위한 방송을 감수하겠다는 방침이 아니라면, 일반 시청자들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방안 역시 고민 해 봄 직 하다.
새로운 장르에 대한 도전인 탓에 신선한 시도에 박수를 보낼 점도,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지점도 존재하지만, 이제 갓 출발점을 지난 만큼 조금 더 기대 어린 눈빛으로 지켜본다면 OCN의 새로운 획을 긋는 결과를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손 the guest’의 미래를 응원해본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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