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 장기화… 정부 “피랍인 안전은 확인”
교전 벌어진 수도와 억류 장소 거리 멀어
리비아 한국인 피랍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다. 사건 발생 70일이 지나도록 납치범들의 접촉 시도조차 없는 상황이다. 다만, 현재 인질이 안전하다는 사실은 파악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1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납치가 벌어진 지 오늘로 70일째인데도 아직 납치 세력이 구체적 요구 조건을 제시하지 않고 있어 답답하다”며 “상당히 특이한 케이스”라고 밝혔다. 하지만 “최초 접촉(연락)이 상당한 시간이 지난 다음에 오는 경우도 있다”고 이 당국자는 부연했다.
일단 피랍인의 안전은 확인된 상태다. 당국자는 “여러 경로를 통해 현재 우리 국민이 안전하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다”며 “어제도 공관으로부터 안전하다 보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변수는 리비아 정세다. 2011년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뒤 무장 단체들의 충돌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게 리비아의 현실인데 최근에도 수도 트리폴리 인근에서 민병대 간 교전이 벌어졌고, 급기야 리비아 정부가 이달 2일 국가 비상 사태를 선포하기도 했다. 당국자는 “악화한 현지 치안 상황 탓에 공관이 리비아 정부 당국을 접촉하는 데 애로와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사태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리비아 정부와 제한적이지만 접촉을 지속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우방국 협조 요청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세가 피랍인 안전에 별 영향을 주지는 않으리라는 게 정부 판단이다. 당국자는 “피랍인이 트리폴리로부터 지리적으로 많이 떨어져 있고 (피랍인이 있는) 남부 지역이 부족 세력이 관할하는 곳이기 때문에 트리폴리에서 발생한 민병대 교전과의 연관성은 적다는 게 리비아 정부의 평가”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염려스러운 건 현지에 머물고 있는 나머지 한국인들의 안전이다. 당국자는 “피랍인을 제외하면 우리 국민 36명이 리비아에 현재 체류하고 있는데 이분들의 안전도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안전을 매일 체크하면서 현지 상황도 수시로 전파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신변 안전에 유의할 것을 당부하고 철수하라고 권고 중”이라고도 했다.
당분간 정부는 인질이 접근해 올 때까지 더 기다려 본다는 방침이다. 당국자는 “가장 중요한 건 우리 국민의 안전”이라며 “지속적으로 안전을 확인하고 납치 세력이 접촉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7월 6일 리비아 서부 자발 하사우나 지역의 한 물 관리 회사 캠프에서 한국인 1명과 필리핀인 3명이 현지 무장 세력에 의해 납치됐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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