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정보 인지 방식 따라 학습
자연스럽게 취향 분석 및 추천
영상부터 음악ㆍ웹툰까지 AI 출격
알파고로 시작된 인공지능(AI) 열풍은 이제 꽤나 우리 생활 곳곳의 서비스까지 파고들었다. 가장 빠르게 AI 기술이 자리잡은 영역은 목적에 맞게 콘텐츠를 분류하는 ‘큐레이션’이다. 서비스들이 점차 개인화되면서 ‘누구나 좋아할 콘텐츠’에서 ‘이 사람이 가장 좋아할 콘텐츠’를 찾는 일이 중요해졌다. 섬세한 큐레이션을 위해서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다른 사람과 구분되는 개인의 취향을 알아내야 한다. 사람이 하기엔 벅찬 일이다. 빅데이터 분석이 가능한 AI가 큐레이션 영역에 속속 투입되는 이유다.
15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AI 기반 큐레이션은 단순하게 축적된 과거 이용 패턴을 분석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사람이 학습하거나 다른 정보를 찾는 과정을 추적ㆍ분석하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 사람의 뇌가 수행하는 자연스러운 일을 AI가 수행하도록 고도화되는 추세다.
SK브로드밴드는 최근 SK텔레콤 미디어 기술원과 공동으로 ‘순환신경망 모델’ 기반 개인 맞춤형 추천 서비스를 개발했다. 순환신경망 모델은 사람의 뇌가 정보를 받아들일 때 단편적인 방식이 아니라 연속된 정보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 착안해 개발됐다. 이 모델을 활용하면 앞서 본 콘텐츠와 다음 본 콘텐츠 사이 연관성을 분석해 재생패턴을 보다 정교하게 분석할 수 있다.
SK브로드밴드는 이 기술을 모바일 영상 플랫폼 ‘옥수수’ 내 추천 서비스 기능에 곧 탑재한다. 개별 고객의 시청 이력뿐만 아니라 같은 콘텐츠를 시청한 횟수나 재생시간을 모아 학습하기 때문에 개인의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와 집중도를 추천 모델에 반영할 수 있다는 게 SK브로드밴드의 설명이다. 추천 대상 콘텐츠도 기존 TV 다시보기와 영화에서 스포츠, 하이라이트, 실시간 채널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AI 큐레이션에서 대표적인 강자는 넷플릭스다. 넷플릭스는 첫 화면에서 취향에 꼭 맞는 콘텐츠를 가장 먼저 띄워주는 기술로 유명하다. 넷플릭스 기술은 감독과 배우는 물론 장르, 스토리 전개 방식, 주요 캐릭터 등 아주 섬세한 부분까지 데이터화해 소비자의 취향을 파악하고 적합한 콘텐츠를 추천해 준다. 넷플릭스가 구분하는 자체 영화 장르 개수만 7만여개로 알려졌다. 사람이 실제로 영화를 봐야 알 수 있을 것만 같은 부분까지 AI가 분석해 내는 셈이다.
AI 큐레이션은 음악 플랫폼에서도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6월 네이버뮤직을 개편해 ‘바이브’를 새롭게 내놨다. 바이브에서는 개인 취향과 주변 맥락을 살피는 AI가 끊임없이 개인을 위한 음악 재생 리스트를 만들어 준다. 인기 차트에 의존하던 기존 서비스들과 가장 큰 차별점이다. 지니뮤직(KT), 멜론(카카오)도 날씨 장소 등을 분석 요소로 추가하며 추천 서비스를 정교하게 만들고 있다.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에는 직접 검색할 필요 없이 취향에 맞는 작품을 소개해 주는 ‘레진픽’ 기능이 들어가 있다.
김종원 SK브로드밴드 모바일 본부장은 “AI 기반 추천 서비스로 고객은 쉽게 콘텐츠를 탐색할 수 있고 더 정교해진 맞춤형 추천을 받을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손쉽게 필요한 콘텐츠를 전달할 수 있도록 꾸준히 관련 기술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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