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초ㆍ재선 의원 14명이 그제 지도부를 향해 당의 혁신을 촉구하는 선언문을 발표하고 자신들은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대선 패배 이후 초ㆍ재선들이 파벌에 따라 이리저리 몰려다니며 정파적 요구를 내놓은 적은 있지만, 혁신 깃발을 쳐들고 집단적 목소리를 내세운 것은 낯설다. 선언 시점과 배경을 놓고 이들의 의도를 의심하거나 “뜬금없다”는 반응도 적지않다. 비록 ‘찻잔 속 태풍’에 그친다고 해도 모처럼 나온 초ㆍ재선들의 혁신촉구 선언은 반갑다. 한국당의 변화와 쇄신은 그들의 인식 변화와 행동으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초선 13명과 재선 1명이 참여한 선언문은 “비대위가 구성돼 여러 가지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절박함이 없어 국민의 마음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라며 “재창당 수준의 혁신과 새 출발을 촉구하는 실천적 노력으로 (우리부터) 당협위원장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김병준 비대위원장 체제의 개혁작업이 소리만 요란하고 인적 청산 등의 핵심과제를 비켜 가는 것에 대한 불만으로 해석된다. 반면 당협위원장 사퇴는 조직개편 작업을 앞둔 비대위의 짐을 덜어 주려는 뜻일 게다.
당내 반응은 극명하게 대비되며 계파 간 권력투쟁이 본격화할 조짐마저 감지된다. 당무감사를 앞둔 비대위 지도부는 사전 교감설을 부인하면서도 이들의 선언을 쌍수들어 반겼다. 인적 쇄신 과정의 계파 갈등을 고민하던 차에, 초ㆍ재선 일부가 백의종군을 선언하며 비대위에게 전권을 넘겼으니 고마울 것이다. 반면 친 박근혜, 친 홍준표 진영은 경계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비대위가 초ㆍ재선 의원의 지지와 여론을 기반으로 인적쇄신의 칼을 휘두르면 난감한 처지에 빠지는 까닭이다.
하지만 초ㆍ재선의 선언이 태풍의 눈이 되기엔 한계가 많다. 동참 의원이 적고 대부분 비례대표인데다 구심력마저 약해 외풍에 취약해서다. 더구나 김 위원장이 초ㆍ재선에 공을 들여왔다고 하지만 ‘한시적 월급사장’일 뿐이고, 뚜렷한 정치력도 보여 주지 못했다. 그래도 이들의 ‘거사’가 반가운 것은 무력하기만 했던 한국당 초ㆍ재선들이 목소리를 냈고, 그것을 시발로 함성이 터져 나오길 바라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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