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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소문] 정용진이 인정한 '맛집'만 모았다?

입력
2018.09.16 13:00
수정
2018.09.16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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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고양 내부. 신세계그룹 제공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고양 내부. 신세계그룹 제공

정용진(50ㆍ사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자타공인 미식가다. 그가 운영하는 인스타그램엔 거의 매일 음식 사진이 올라온다. 쌀국수, 이탈리아식 물만두(라비올리), 육회, 꼬리찜, 찹쌀 디저트… 음식 국적과 종류도 다양하다.

그에게 ‘맛집 찾기’는 취미이자, 일이다. 정 부회장이 복합쇼핑시설 ‘스타필드’에 입점할 맛집을 찾기 위해 1년간 전국 음식점 500여 곳을 돌아다녔다는 건 유명한 일화다. 서울 ‘4대 평양냉면’에 속하는 필동면옥, 을지면옥의 원조이자 분점을 안 내기로 유명한 의정부 평양면옥은 스타필드에만 체인점을 냈다. ‘미식가’ 정 부회장의 끊임 없는 구애와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그가 만든 ‘팔도 맛집’ 지도라니. 눈과 귀가 활짝 열리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메신저 등에서 확산 중인 ‘정용진 맛집리스트’ 이야기다. 전국 16개 시도 별로 작성된 이 리스트엔 이런 글이 붙어 다닌다. “1. 정용진이 스타필드 기획할 때 전국 이마트 직원들 수소문해서 맛집 리스트 끌어 모음 2. 엑셀로 정리함 3. 직원 중 누군가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뿌림 4. 누군가 지도로 정리함.” 작성 배경과 유출(?) 과정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다.

리스트에 대한 반응은 긍정적이다. “거의 맞는 것 같아요. 저도 좋아하는 곳이 많네요^^”, “현지인만 알 수 있는 맛집인데, 어떻게 알았는지 신기하네요”, “**짬뽕, 정말 맛있는데! 나와 있어서 신기해요!” 한 온라인 카페에 올라온 ‘정용진 맛집리스트’ 아래 달린 댓글 일부다. 물론 “별로 맞지 않는다”는 반응이 없진 않지만, 한 번쯤 들러봐도 좋을 맛집들이란 게 직접 지도를 사용해봤다는 네티즌들의 고른 평가다.

온라인 카페 캡처
온라인 카페 캡처

정말 이 리스트는 정 부회장과 이마트 직원들의 땀과 노력이 빚은 결실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정 부회장은 리스트와 전혀 무관하다. 그렇다고 정 부회장이 괜히 언급되는 것도 아니다.

내막은 이렇다.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이마트 노사협의회는 지난 6월 내부 공유 목적으로 전국 맛집 리스트를 만들었다. 서울을 방문한 제주 이마트 직원이 맛집을 찾아 헤매는 일이 없도록 하려는, 일종의 직원 복지 차원에서 만들어졌다. 노사협의회가 각 지역 이마트 직원들에게 현지 맛집을 추천 받았다. 리스트는 이마트 사내 게시판에 올라갔다. 대외비 자료가 아니었기에, 직원들은 자유롭게 퍼 날랐다. 그게 어쩌다 보니 온라인 커뮤니티로 흘러 들어갔고, 누군가 지금처럼 지도로 정리하게 된 것이다.

이마트 홍보팀 관계자는 사내 공유용 맛집 지도에 ‘정용진 맛집’이란 거창한 이름이 붙은 것에 대해 “지도와 정 부회장은 아무 연관이 없다”며 “조금 당황스럽지만, 일종의 해프닝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뭘 잘못한 것도 아니라 따로 해명자료를 내기도 애매한 상황”이라며 “기사를 통해 사실관계가 바로잡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장 궁금했지만, 묻기 민망해 몇 번이고 곱씹다가 꺼내든 질문. “정 부회장도 혹시 리스트의 존재를 아시나요?” 실제 정 부회장 인스타그램에도 종종 달리는 댓글 내용이다. “하하. 그건 모르죠. 물어보질 않아서… 그런데 이게 물어볼 만큼 중요한 사안일까요?” 홍보팀 관계자의 답변이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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