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김 9단 “곧 태어날 딸에게 선물해야”, 강 9단 “오랫동안 우승에 목 말랐다”
김지석(맨 오른쪽) 9단이 지난 달 28일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 스튜디오에서 열렸던 ‘제1기 용성전’ 결승 1국에서 승리한 직후, 강동윤 9단과 함께 복기를 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절친이지만 양보할 생각은 없다.”(김지석 9단)

“오랜 만에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강동윤 9단)

영락없이 닮은 꼴이다. 프로 입문 이전부턴 천재 소년들로 통했고 반상(盤上)에선 이미 소문난 싸움꾼으로 유명하다. 곱상한 외모 또한 판박이다.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큼의 뜨거운 승부욕은 기본이다. 동갑내기 라이벌인 김지석(29) 9단과 강동윤(29) 9단이 초대 챔피언 최종국을 앞두고 던진 출사표 역시 비장하긴 마찬가지였다.

김 9단과 강 9단이 결국 ‘제1기 용성전’(우승상금 3,000만원) 우승컵을 놓고 외나무 다리 끝까지 왔다. 3전2선승제(3번기)의 용성전 2국까지 진행된 두 기사 전적은 1승1패로, 17일 마지막 대국을 남겨 놓고 있다. 용성전은 난형난제(難兄難弟)인 이들의 첫 타이틀 맞대결이다.

일단, 외형적인 성적표에선 김 9단이 강 9단에게 근소하게 앞서 있다. 우선, 상대전적에서 김 9단이 강 9단에게 16승13패로 우위에 있다. 올해 현재까지 다승 부문에서도 46승18패(승률 71.88%)의 김 9단은 8위를, 41승1무18패(69.49%)의 강 9단은 10위에 각각 마크됐다. 국내 랭킹 역시 3위인 김 9단이 8위인 강 9단 보다 5계단 높다.

하지만 두 선수가 ‘용호상박(龍虎相搏)’이란 데 바둑계 이견은 없다. 상대방에 대한 분석도 이미 끝났다. 김 9단은 “불리한 상황에서 강 9단의 버티기는 프로바둑기사라면 모두 아는 사실이다”며 “강 9단을 상대로 바둑 한 판 이기는 데 들어가는 힘은 다른 기사들에 비해 몇 배나 더 든다”고 혀를 내둘렀다. 강 9단도 “전투가 벌어졌을 때 김 9단의 수읽기 능력은 여간 해선 따라잡기 힘들다”며 “내가 배워야 될 부분이다”고 치켜세웠다. 물론 바늘구멍 같은 빈틈 또한 파악된 상태다. 김 9단은 “강 9단은 약점을 찾기는 어렵다”면서도 “유리한 국면에서조차 지나치게 비관하면서 무리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비책을 소개했다. 강 9단 역시 “김 9단은 너무 강한 상대”라면서도 “굳이 약점을 찾는다면 초반 포석 단계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천기를 누설했다.

강동윤(맨 왼쪽) 9단이 지난 1일 홍익동 한국기원 스튜디오에서 열렸던 ‘제1기 용성전’ 결승 2국에서 승리한 직후, 김지석 9단과 함께 방청객들에게 공개 복기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두 선수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려야 할 이유도 분명하게 제시했다. 김 9단은 “다음 주에 첫 딸이 태어난다”며 “아이에게 이번 대회 우승컵을 선물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에 반해 강 9단은 “대회 우승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며 “여기까지 어렵게 올라온 만큼, 반드시 타이틀을 따고 싶다”고 강조했다. 최근 두 선수의 공식기전 우승기록을 살펴보면 김 9단은 올해 2월 열렸던 ‘JTBC배 챌린지매치 1차 대회’에 이어 5월 벌어졌던 ‘제30회 TV바둑아시아 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반면 강 9단은 지난 2016년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타이틀 획득 이후 우승 기록이 전무하다.

전문가들은 백중세를 예상하면서도 전망에선 온도 차이가 났다. 바둑TV에서 두 선수의 용성전 1,2차전을 중계한 이희성(36ㆍ9단) 해설위원은 “이미 세계대회 우승을 경험한 김 9단과 강 9단의 실력 차이를 논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면서도 “결국, 집중력에서 승부가 갈릴 것으로 보이는 데 우승에 대한 집념이 더 강한 강 9단이 미세하게나마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반면 현 국가대표 코치인 홍민표(34) 9단은 “두 선수의 대국 결과를 예상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며 “표면적인 전력상 앞선 김 9단이 강 9단에게‘51대49’ 정도로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점쳤다.

한편 일본 바둑장기채널에서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최한 ‘제1기 용성전’은 시간누적(피셔)방식으로, 제한시간은 각자 20분에 추가시간은 20초씩 주어진다. 국내 용성전 챔피언에겐 현재 진행 중인 일본과 중국 용성전 우승자들과 맞붙을 통합 타이틀전 출전권도 부여된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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