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남북정상회담을 나흘 앞둔 14일 경남 거제에서 열린 국내 최초 중형급 잠수함인 '도산 안창호 함' 진수식에 참석했다.
평양행을 눈앞에 둔 시점에 강한 국방력을 강조, 일각에서 제기될 수 있는 안보 불안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일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아울러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국방개혁의 필요성도 언급해 안보와 개혁을 동시에 부각했으며, 이에 더해 조선산업 고용대책 등 경제 이슈도 거론했다.
문 대통령이 이처럼 안보·평화·개혁·민생을 고루 부각한 데에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중요한 발판이 될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소모적 이념논쟁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은 물론 진영을 뛰어넘는 지지를 모으겠다는 의도도 내포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문 대통령의 진수식 참석과 관련, "남북정상회담과는 관계없이 오래전부터 예정돼 있던 일정"이라는 설명을 내놨다.
그럼에도 청와대 안팎에서는 정상회담 준비로 급박한 시점에 문 대통령이 거제까지 이동하는 일정을 마다하지 않고 예정대로 소화한 데에는 안보를 강조해야 할 시점이라는 판단이 깔린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정통보수의 전통적 가치인 안보와 직결되고 오히려 한층 분명한 '진짜 안보'라는 점을 알려낸다면 정상회담에 대한 보수층의 지지를 끌어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강력한 안보가 평화체제 구축의 조건임을 거듭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철통같은 안보와 강한 힘으로 한반도 평화의 기틀을 세워야 한다"며 "평화는 우리 스스로 만들고 지켜내야 한다. 강한 군과 강한 국방력이 함께 해야 평화로 가는 우리의 길이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힘을 통한 평화'는 우리 정부가 추구하는 흔들림 없는 안보 전략"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힘을 통한 평화'를 언급한 것은 지난 5월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힘을 통한 평화'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비전과 리더십 덕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세계 평화라는 꿈에 성큼 다가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방부는 지난 8월 내년도 국방예산을 8.2% 증액하겠다고 밝히면서 "엄중한 안보환경 속에서 대화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달성하는 데 있어 '힘을 통한 평화'를 추구하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안보전략 기조"라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국방개혁의 중요성도 함께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강한 군대는 국민의 무한한 신뢰에서 나온다"며 "국민은 이제 국민을 위한, 국민의 군대를 요구한다. 차질 없는 개혁으로 국민의 요청에 적극적으로 부응할 것을 명령한다"고 했다.
이른바 '기무사 계엄령 검토 문건' 파문으로 물의를 일으킨 군의 자성이 있어야만 강한 안보를 이뤄낼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군 통수권자로서 강력한 쇄신을 주문한 셈이다.
이런 메시지에는 진보진영을 비롯한 여권의 지지층 내에서 권력기관 개혁 요구가 계속된다는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나아가 "바다는 안보이고, 경제이고, 민생"이라며 "세계 1위 조선산업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거제와 통영을 비롯한 7개 지역을 산업위기지역·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했다. 산업 구조조정 지역의 어려움 해소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고용지표 악화에 대한 야권의 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주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인 지역 일자리 문제 해결에 힘을 쏟겠다고 약속하면서 정부의 정책에 대한 신뢰를 끌어올리겠다는 메시지로도 읽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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