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금속노조가 포스코 노동조합 설립에 들어갔다고 13일 밝혔다. 1968년 포항제철 설립 이후 50년간 대표적 무노조 기업으로 남았던 포스코에 정권 교체 등의 바람을 타고 노조 깃발이 세워진 것이다. 하지만 아직 적극적으로 동참 의지를 보이는 직원들이 그리 많지 않은데다, 한국노총까지 노조 설립 경쟁에 뛰어들 채비를 하는 등 힘이 한 곳에 모아지지는 않는 분위기여서 제대로 뿌리를 내릴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금속노조는 13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포스코 노동자 금속노조 가입보고’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 생산직 근로자들이 속속 금속노조에 가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은 “앞으로 1년 안에 포스코에 민주노조의 뿌리를 내리고 무노조 경영 관행을 완벽하게 제거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사측의 탄압’을 우려해 흰색 하회탈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포스코 직원 9명이 동석했다.
금속노조는 산별노조이기 때문에 포스코에 별도의 독립적인 노조가 설립되는 형태가 아니라, 금속노조 소속의 지회가 들어서게 된다. 지회장 등이 선출되면 본격적인 노조 활동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포항제철 시절인 1987년 6월 항쟁 바람을 타고 이듬해 조합원 2만4,000명에 이르는 대규모 노조가 포항제철에 생겼다. 그러나 1991년 노조 지도부의 금품 수수 비리와 함께 사측의 조합원 탈퇴 유도가 거세지며 급격하게 세가 쪼그라들었고, 업무의 외주화가 진행되면서 현재 포스코 원청에는 조합원 수가 9명에 불과한 유명무실한 노조만 남은 상황이다.
노조 없이도 괜찮은 임금과 복리후생 수준을 누렸던 포항지역 1만여명, 광양지역 7,000여명의 생산직 근로자 중 금속노조 소속 지회에 얼마나 가입할 지는 아직 미지수다. 금속노조도 이를 의식한듯 현 시점의 가입자 수를 밝히지 않고 있다. 포항 지역의 한 노조 활동가는 “근속 연수가 긴 중장년층 노동자는 이미 연봉이 높고 무노조로 살아온 세월이 길어 노조 가입 유인이 떨어지는 편”이라며 “다만 젊은 노동자들은 최근 들어 인근의 현대제철 근로자와 임금이 역전되는 등 임금 수준에 불만이 있어 노조 가입 움직임이 있다”고 전했다.
그간 포스코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노조 설립 운동을 벌이며 포스코 노조 조직화에 공을 들여 왔던 한국노총은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선제적인 선언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법적으로 복수 노조가 가능한 만큼, 뒤늦게나마 본격적인 조직 경쟁에 나설 계획이다. 한국노총 금속노련 관계자는 “내주 중 ‘한국노총 포스코 노동조합 설립추진위원회’를 출범해 조직화에 나설 것”이라면서 “산별노조 지회에 머물러야 하는 금속노조와 달리, 금속노련 소속이 되면 온전한 ‘포스코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어 포스코 조합원들이 더 큰 결정 권한을 가질 수 있다는 점 등을 홍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gnoon@hankookilbo.com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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