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상반기 카드사 순이익이 1년 전에 비해 5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상반기 순익이 대폭 줄었다는 카드업계의 집계와 판이한 결과다. 카드사들은 금감원이 문제의 소지가 있는 회계처리 방식으로 업계 경영현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13일 발표한 상반기 신용카드사 영업실적에 따르면 8개 전업계 카드사들의 상반기 순이익은 8,101억원으로 전년동기(5,370억원) 대비 50.9%(2,731억원) 증가했다. 이는 각 카드사들이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작성한 반기보고서상 순이익과 다른 결과다. 8개 회사의 반기보고서를 기준으로 하면 상반기 순이익은 9,669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1조4,191억원)보다 31.9%(4,522억원) 감소했다.
금감원과 카드업계가 산출한 실적이 크게 엇갈린 이유는 카드사의 잠재 손실인 대손비용처리 방식을 두고 양측이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2개 이상 카드사에 카드론 잔액이 있는 차주(대출 이용자)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추가 적립하도록 감독규정이 개정됐는데, 금감원은 이 기준을 적용해 카드사의 지난해 상반기 순이익을 크게 낮춰잡았다. 게다가 올해 들어서는 카드사가 따르고 있는 기업회계처리 기준인 IFRS의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이 강화됐다.
카드업계는 금감원의 기준을 따를 경우 지난해 순이익이 평년에 비해 지나치게 낮아져 이를 비교대상으로 삼는 올해 순이익의 증가액이 과대 계상된다는 입장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집계한 상반기 카드사 순이익 증가는 지난해 회계 문제로 실적이 안 좋았던 것에 따른 기저효과”라며 “실제 이익 추세는 IFRS 기준에 따라 일관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카드사 실적 분석 결과 지난해보다 가맹점 수수료(1,953억원), 할부수수료(672억원), 카드론 수익(1,749억원)이 증가한 반면, 카드사 간 경쟁 심화로 마케팅 비용(3,235억원)과 조달비용(918억원)이 크게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2014년 2조1,786억원이었던 순이익이 지난해 1조2,268억원으로 줄어든 것도 마케팅 비용 증가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살깎기식 외형 경쟁으로 카드사 수익성이 약화되고 있어 카드사의 과도한 마케팅 활동의 자제를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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