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201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기업의 성장세를 가늠할 수 있는 매출액 증가율은 여전히 부진한 수준이어서 ‘불황형 흑자’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한국은행의 ‘2분기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4~6월 국내 외부감사 대상(자산 120억원 이상)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7.7%를 기록했다. 전분기(7.4%)와 지난해 2분기(7.4%) 대비 0.3%포인트 개선된 수치로, 한은이 분기별 기업경영실적 통계를 작성한 2015년 1분기 이래 최고치다. 제조업 영업이익률은 전년동기(8.8%)보다 0.7%포인트 높은 9.5%로, 역시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였다. 반면 비제조업 영업이익률(5.0%)은 전년동기보다 0.3%포인트 하락했다.
기업 이익률 향상은 반도체, 석유화학 부문의 수익성 개선에 힘입은 바 크다. 반도체가 포함된 기계ㆍ전기ㆍ전자 업종의 2분기 영업이익률은 전년동기(13.0%)보다 3.1%포인트 상승한 16.1%를 기록했고, 석유화학 역시 같은 기간 7.4%에서 8.0%로 영업이익률이 올랐다. 권처윤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고성능 반도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패널 등 고부가가치 품목 수출이 증가한 게 전기ㆍ전자업종 수익성 향상의 주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반도체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체 기업 영업이익률 7.7% 가운데 2.5%포인트를 책임진 것으로 집계됐다. 반도체와 함께 우리나라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석유화학 업종은 유가 상승으로 매출 단가가 오르면서 수익률이 개선됐다.
그러나 기업 매출 성장세는 수익률 향상에 못 미쳤다. 2분기 기업 매출액 증가율(전년동기 대비)은 4.8%를 기록했다. 1분기(3.4%)보다는 낫지만 지난해 2분기(8.0%)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지난해 2분기 8.5%에 달했던 제조업 매출액 증가율도 4.3%에 그쳤다. 특히 우리 경제 주력 산업에서 성장과 수익 지표 간 괴리가 큰 경우가 많았다. 영업이익률이 1년새 3%포인트 넘게 향상된 기계ㆍ전기ㆍ전자 업종은 매출액 증가율이 0.7%에 그쳤다. 이 업종의 지난해 2분기 매출액 증가율은 19.8%였다. 자동차·조선이 포함된 운송장비 업종 역시 영업이익률은 2.9%인 데 비해 매출액 증가율은 -1.7%로 뒷걸음질쳤다. 권 팀장은 “기계ㆍ전기ㆍ전자 업종의 매출 성장세가 둔화된 것은 휴대폰 매출 부진과 가전ㆍ디스플레이 생산설비의 해외 이전의 영향이 크다”고 지적했다. 운송장비 업종은 자동차 및 조선업 부진이 지속되며 매출액은 떨어졌지만 구조조정에 따른 재무구조 개선으로 수익률은 나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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