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4일부터 나흘간 경기 용인시 레이크사이드 컨트리클럽 서코스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KEB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은 높은 성적을 거둔 선수일수록 많은 기부금을 낸 대회였다. 참가자들이 자신이 받은 상금의 1%을 기부했고, 여기에 ‘사랑의 버디’ 행사까지 더해져 버디와 이글 등 좋은 성적을 낼 때마다 일정금액이 기부금으로 쌓였다. 당시 대회엔 총 10억원의 상금이 걸렸으니, 적어도 1,000만원이 기부금으로 적립된 셈이다. 이렇게 쌓인 선수 기부금엔 KEB하나은행에서 추가로 보탠 성금이 더해져 한국장애인골프협회에 전액 전달됐다.
본 대회에 이틀 앞서 열린 ‘KEB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 프로암 대회’에서는 장애인골퍼가 직접 대회에 참가해 잔잔한 울림을 안겼다. 재작년부터 3년째 하나금융그룹의 후원을 받는 자폐성 발달장애 3급 장애인 프로골퍼 이승민이 주인공이다. 하나금융그룹은 재작년 이승민이 장애를 딛고 준회원 자격을 얻는 등 비장애인 골퍼들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던 그를 후원하기 시작했다. 하나금융그룹 후원이 시작된 지 1년 만인 지난해 정회원으로 올라선 이승민은 그 해 6월 2일 끝난 한국프로골프협회 투어프로 1차 선발전에서 공동 10위로 투어프로 자격을 얻었다. 보름도 지나지 않은 15일 KPGA투어 카이도 골든V1 오픈에서 투어 정식 데뷔 무대를 치르며 화제가 됐다.
비록 KEB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 프로암 대회에선 4오버파 148타로 컷 통과 기준을 충족하진 못했으나, 그의 발자취는 많은 장애인 골퍼에 희망이 됐다. 김순정 대한장애인골프협회 회장은 당시 “이승민의 성공이 장애인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결코 작지 않다”며 이승민과 주최측에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KPGA 관계자도 “결과를 떠나 끊임없이 노력하고 도전하는 이승민 선수의 모습은 6,000여 협회 회원들을 비롯해 함께 대회에 참가하는 투어 선수들에게도 남다른 의미로 여겨진다”며 “이승민 선수가 그리는 꿈이 계속되기를 바라며 아름다운 희망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했다.
함영주 KEB하나은행 행장은 “남들보다 유리하지 않은 상황을 딛고 좋은 신체 조건을 가진 사람도 하기 힘든 일을 이승민 선수가 해냈다는 점이 놀랍고 앞으로의 전망이 기대된다”며 “티 없이 맑고 착한 심성을 가진 이승민 선수가 꼭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하나금융그룹 측은 “앞으로도 축구, 골프, 농구 및 비인기 종목에 이르기까지 우수한 선수 발굴 및 지원을 통해 대한민국 스포츠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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