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기념관 건립, 새마을과 폐지 논란 등
“객관적으로 새마을운동 평가하고, 외교와 문화 등 국가차원 활용도 논의해야”
경북 구미시가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사업, 새마을과 폐지 등 새마을운동을 둘러싸고 지역 민심이 분열되면서 구심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장세용 구미시장은 지난 6•13 지방선거 당선 직후 새마을 관련 사업 축소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관은 국비 80억 원, 도비 15억 원, 시비 105억 원 등 총 200억 원을 들여 내년 하반기에 구미시 상모동 6,164㎡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2층, 연면적 4,359㎡ 규모로 완공될 예정이었지만 장 시장이 구미공영박물관 등 다른 명칭으로 변경한다는 움직임을 보이자 보수 진영에서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 백승주 의원은 “대한민국 근대화의 중심지인 구미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역사 지우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편향된 시각으로 시민들의 분열을 야기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구미시 새마을과 명칭 변경도 논란이다. 시는 이달 중 보수, 진보 등 시민단체가 포함된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의견을 모은다는 계획이지만 진행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조직 개편을 위해서는 조례규칙심의회를 거쳐 시의회 의결을 통과해야 하지만 구미시의회는 한국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새마을과의 전면적인 폐지나 명칭 변경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새마을운동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으면서 구미와 서울, 경기권 보수단체들이 구미시청 앞에서 새마을운동과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사업을 계속 추진할 것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고 구미참여연대 등 진보단체들도 이에 맞서 새마을 흔적을 지우자는 맞불집회를 열거나 성명서를 잇따라 발표하면서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박정희 역사 지우기 반대 범국민 대책위원회는 6일 구미역 앞에서 한국당 백승주, 장석춘, 김진태 국회의원과 전국 각지에 모인 보수 단체 회원 1,000여 명과 함께 집회를 열고 박정희 전 대통령 흔적 지우기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집회를 마친 뒤 금오산 네거리~구미역 약 2㎞를 행진했다.
김진태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이 이룩한 역사를 지켜야 한다”며 “구미가 지금까지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박 전 대통령 덕분이며 이러한 역사를 지우려는 시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구미참여연대도 4일 성명서에서 “공론화위원회 설치와는 별개로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관 전시를 공론화위원회로 넘기려는 구미시의 입장에 반대하며 기념관에서 박정희나 새마을 관련 내용은 모두 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새마을 사업을 둘러싼 갈등은 과거 일방적으로 공사를 강행한 구미시와 시민, 사익을 챙기려한 적폐 세력과의 갈등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달 26일과 다음달 14일에는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 숭모제와 탄신제가 예정돼 있어 시민 간 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달 20일 대구 호텔수성에서 열린 언론인모임에서 "논란을 빚고 있는 새마을운동테마공원 운영은 경북도가 맡을 것”이라고 밝혀 운영주체와 운영비 부담을 둘러싼 경북도와 구미시의 줄다리기는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구미 송정동에 사는 김주희(41ㆍ여)씨는 “구미가 새마을 관련 내용으로 조용한 날이 없는 것 같다”며 “서로 싸움을 일삼기 보다는 침체한 경제를 되살리는 일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금오공대 임은기(한국정수문화예술원 이사장) 교수는 “새마을운동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시작한 사업이지만 이제는 그 방향과 정체성을 현대에 맞게 재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새마을운동 자체에 대해서는 객관적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것을 외교, 문화 등 국가적 차원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보수진보단체 가릴 것 없이 소모적인 논쟁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글 싣는 순서
<상> 새마을공원은 하자투성이
<중> 한 해 20억 넘는 운영비
<하> 갈라진 구미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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