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탄소 배출 줄여 환경 보호 효과도
세계 2위 항공기 제조업체인 에어버스가 16세기 대항해 시대 바다를 주름잡았던 범선의 돛을 이용해 물류비를 절감하는 시도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에어버스는 유럽에서 미국 앨라바마로 항공기 부품을 운반할 때 사용하는 대형 화물선에 500㎡크기의 돛을 달기로 결정했다. 돛을 단 배는 2021년부터 운항한다는 계획이다.
‘씨윙’이라고 불리는 돛은 기상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자동으로 펼쳐지고 접히는 형태로 만들어졌다. 연처럼 생겨 배를 가는 방향으로 끌어당김으로써 에너지를 절약하게 한다. 돛을 제조하는 에어버스 자회사 에어시즈는 “연간 100만유로(약 13억원) 이상의 연료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돛을 설치하면 환경 보호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에어시즈는 돛을 달 경우 매년 8000톤 가량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시도는 연료비 부담 증가로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나왔다. 에어시즈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연료비는 선박을 운항하는데 드는 전체 비용 중 50~60%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국제해사기구(IMO)가 해상오염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시행하면서 해운사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상승, 기업들은 이에 대처할 필요가 생겼다. IMO는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라 지난 4월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을 40% 줄인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보고서는 “환경 보호 이슈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업으로서 이를 간과하기 힘든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에어버스 외에도 영국 롤스로이스의 선박 부문은 배에 돛을 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덴마크의 대표 해운기업인 머스크탱커스는 최근 풍력을 이용할 수 있는 장치를 선박에 설치했다. 에어시즈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작은 돛을 이용한 시험을 해 왔는데 올 들어 에어버스가 이를 바탕으로 최종 승인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는 적재 및 하역선 뿐 아니라 컨테이너선박, 페리 등에도 돛을 설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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