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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공격, 도 넘었다” 법원은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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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공격, 도 넘었다” 법원은 부글부글

입력
2018.09.13 04:4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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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흔들려 관련 없는 수사 확대”

“영장 요건도 구비 못하나” 역공

“사법부 독선 탓에 벌어진 사태”

“신뢰회복 기회로” 자성 목소리도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사법농단 사태’ 검찰 수사 강도가 갈수록 거세지면서 일선 판사들의 심정은 복잡하다. 현직 법관이 줄줄이 입건되고 수사 대상이 고위법관인 고등법원 부장판사까지 확대되자 판사들 사이에선 검찰의 법원 흔들기가 도를 넘어섰다는 불만이 크다. 다만 이번 사태가 견제 받지 않은 사법부의 독선 탓에 생긴 만큼, 입이 열 개라도 아직은 할말이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지난 6월 15일 김명수 대법원장이 대국민 담화에서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히면서 막이 오른 검찰의 사법농단 수사는 12일까지 거의 4개월째에 접어들었다. 그간 검찰 수사는 평판사→지법 부장판사→고법 부장판사(차관급)로 확대됐고, 전직 법원행정처장(대법관)과 전 대법원장의 연루 정황까지 드러났다. 여러 판사들 사무실과 대법원 청사까지 압수수색을 당했다.

더욱이 과거 각종 영장 기각시 소극적 불만만 표시했던 것과 달리, 최근 검찰은 사법농단 영장기각을 적극적으로 언론에 알리는 등 공수 양면에서 법원에 전례 없는 공세를 취하는 분위기다. 검찰의 거침없는 압박에 판사들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검찰이 요건을 제대로 구비하지도 않고 무조건 영장부터 청구하자는 식으로 나오니 기각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도리어 검찰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는 “기각사유에 쓴 일부 표현만을 꼬투리 잡아 이례적이라 비난하는 건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언론플레이가 심하다는 것이다.

사법농단 의혹 초기에 검찰 수사 필요성을 주장했던 소장판사 사이에서도 현 상황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기류가 있다. 지방에서 근무하는 한 소장 판사는 “검찰이 사법농단과 직접 관련이 없는 문제들까지 파고들면서 수사가 너무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며 “건수를 잡은 김에 법원을 흔들겠단 심산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수사가 길어지는 것을 둘러싸고도 법원과 검찰의 인식은 다르다. 검찰은 사실상의 수사방해 때문이라는 입장이지만, 법원 안에서는 검찰이 그 동안 법원에 눌렸던 위상을 확대하려고 의도적으로 수사를 길게 가져가는 것으로 의심한다. 다만 전례 없이 사법행정권 남용 실태가 만천하에 드러나다 보니 명분을 찾지 어렵다는 듯 아직까지 공식 회의나 내부통신망에서 검찰 수사를 문제 삼는 식의 공개적 불만 토로는 없는 상황이다.

사법농단 이슈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피곤함을 호소하는 판사들도 있다. 한 소장 판사는 “초기엔 호기롭게 법원을 비판하고,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는데 너무 많은 질타를 받다 보니 이제는 동료들끼리도 이슈에 대한 피로도가 커져 오히려 잘 얘기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털어놨다.

반면 수치스럽고 힘들지만 이번 기회에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현직 판사는 “법원은 그간 속으로 곪기만 했을 뿐, 제대로 정화의 기회를 가져본 적이 없다”며 “이번에 바로잡지 않으면 언제고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판사도 “검찰이 언론에 공개한 것 외에도 많은 자료를 갖고 있을 텐데, 남겨 두면 때마다 법원을 공격할 것”이라며 “그럴 바엔 한 번에 호되게 두들겨 맞는 게 낫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에 대한 입장은 달라도 이 참에 대법원이 신뢰 회복을 위해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는 큰 이견이 없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법원이 예전 위상을 되찾기 위해선 사법부 안팎의 다양한 사람들 의견을 최대한 많이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혁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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