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 대비 7% 증가… 인종차별 폐지 후 최고
전문가들 “경기침체, 불평등 심화 등에서 비롯”
가디언 “새 정부 해외투자 유치 노력에 악영향”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지난 1년간 살해된 사람이 무려 2만명을 웃돈다는 공식 통계가 나왔다. 전년도에 비해 7% 이상 늘어난 것으로, 평균적으로 하루에 57명씩 살해당한 셈이다.
1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남아공 경찰부는 이날 발간한 범죄통계 백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통계의 대상 기간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다. 살인 사건 희생자의 이 같은 증가율은 지난 1993년 12월 남아공에서 인종차별 정책이 공식 폐지된 이후 최고 수치다.
베키 셀레 남아공 경찰부장관은 “하지만 남아공이 무법 상태에 도달한 것은 아니며, 그렇게 내버려 두지도 않을 것”이라며 최대한 신속하게 현 상황을 개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디언은 그러나 “이번 통계는 지난 2월 취임한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이 추진 중인 해외 투자 유치, 관광산업 활성화 노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 봤다.
성폭력 사건도 증가했다. 2016년 4만 9,660건에서 2017년 5만 108건으로 늘어났는데, 대부분의 성범죄는 강간 사건이었다고 통계는 전했다. 다만 전체 범죄 발생 건수는 4% 이상 감소했는데, 강도와 절도, 방화 등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살인 사건이 이처럼 급증한 이유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실업 증가, 인플레이션, 불평등 심화 등을 그 요인으로 꼽고 있다. 경제적 상황 악화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뜻이다. 남아공 행정수도인 프리토리아에 위치한 안보연구소의 범죄학 전문가인 개럿 뉴햄은 “살인율은 남아공의 폭력 사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로 여겨지는데, 이번 통계에서 드러난 증가율은 심각한 위험 신호”라며 “우리 경제가 성장하지 않는 한 재산범죄, 폭력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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