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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환란은 기업부채發… 2008년엔 가계부채發… 다음 주범은 외화부채?

입력
2018.09.13 04:00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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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흥국, 달러 회사채로 자금 조달 

 美 금리인상 여파 상환 부담 증폭 

 발행자 4분의 1 채무불이행 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전 세계는 위기의 도화선으로 전락한 금융시스템을 보다 안전하게 구축하는 데 합심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요 20개국(G20)을 중심으로 외환보유액 확충, 통화스와프 체결, 지역 금융안전망 구축, 국제기구 대출 확대 등 금융 안전망 강화 조치가 추진됐다. 각국 금융 관련 부처와 중앙은행이 참여한 금융안정위원회(FSB)에선 글로벌 금융 체계의 취약성을 파악하고 금융기관, 파생상품시장, 그림자금융(비은행 자금중개기관)에 대한 규제 강화 기준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2000년 2조달러 수준이던 전세계 외환보유액은 2016년 10조달러 규모로 급증했고, 국가간 자금이동 규모도 위기 직전인 2007년 12조7,000억달러에서 지난해 5조9,000억달러로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이러한 10년의 노력이 무색하게, 글로벌 경제는 미중 무역분쟁 심화, 신흥국 통화가치 급락 등으로 다시금 심상찮은 국면을 맞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제위기 10년 주기설’까지 제기된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잇는 초대형 위기가 글로벌 경제를 덮칠 조짐이란 주장이다.

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제적 금융위기 발생 우려가 현실화한다면 그 진원은 이전 위기와 마찬가지로 부채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1997년 위기는 동아시아 국가들의 기업부채, 2008년 위기는 미국 가계부채가 주요인이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앤컴퍼니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민간ㆍ정부 부채는 2008년 110조달러에서 지난해(1분기 기준) 169조달러(19경320조원)로 53.6% 늘어났다. 2000년(64조달러)에서 2008년 사이 72% 증가했던 글로벌 총부채가 금융위기 이후에도 급증세를 이어간 셈이다. 부문별로 보면 가계부채는 2008년 32조달러에서 지난해 43조달러로 비교적 완만하게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기업(비금융) 부채는 42조달러에서 66조달러, 정부부채는 32조달러에서 60조달러로 증가했다. 정부 부채는 가계부채 증가폭의 3배 수준이다. 미국과 유럽이 은행권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을 줄이는 디레버리징(부채 감축)을 시행하긴 했지만, 양적완화(채권 매입을 통한 유동성 공급)와 재정 확장을 동원한 이들 선진국의 경기 부양책은 결국 기업 및 정부 부채를 대폭 늘렸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는 “금융위기 이후 디레버리징의 중요성이 강조됐지만 선진국에선 정부 부채, 신흥국에선 민간 부채가 늘어나면서 전체적으로 부채 위험은 거의 줄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에선 부채 중에서도 기업부채, 특히 신흥국 기업들의 외화 부채가 새로운 위기의 진원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위기 이후 10년간 기업부채 증가분의 3분의 2는 중국과 터키 칠레 베트남 등 신흥국에서 발생했다. 더구나 중국 기업부채 증가분(15조달러)은 전세계 기업부채 증가분의 20%도 넘는다. 이들 기업은 저금리 기조에 편승해 주로 달러화 등 선진국 통화로 표시된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는데, 달러 가치가 미국의 금리 인상 및 경기 호조에 힘입어 강세로 돌아서면서 상환 부담이 폭증하고 있다. 맥킨지앤컴퍼니는 보고서에서 “신흥시장 기업채권 발행자 중 4분의 1이 현재 채무불이행 위기에 처해 있으며, 금리가 2%포인트 오를 경우 그 비율은 40%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위기의 화약고가 부채라는 점은 다들 동의하는데도 위기가 터지는 걸 막기가 쉽지 않다는 점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고민이다. 2008년 위기만 해도 3, 4년 전부터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위험성에 대한 경보가 울렸지만 시장은 곧 무감각해졌고 무엇보다 굴지의 투자은행인 리먼 브러더스가 위기 폭발의 뇌관이 될 것이란 사실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더구나 지금은 ‘화약고’에 불을 불일 ‘뇌관’들이 사방에 도사린 상황이다. 미중 무역분쟁, 선진국의 통화정상화(금리인상) 움직임, 상장지수펀드(ETF) 등 패시브펀드의 득세로 인한 자금쏠림 현상 등이 대표적이다.

위기가 현실화됐을 때 이를 진화할 수단이 마땅치 않은 점도 문제다. 안 교수는 “지난 위기 10년 동안 금융정책 면에서 양적완화와 제로금리라는 극단적 유동성 공급책, 재정정책 면에선 정부 지출의 대대적 확대를 동원해온 터라, 새로운 위기가 올 경우 이에 대응할 정책적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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