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
“엄청난 기회 살리기 위해
남ㆍ북ㆍ미 할 수 있는 모든 것 해야”
강경화 장관ㆍ우리측 실무진 면담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방한 중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만나 북미 간 70년 적대관계와 불신 극복을 위한 ‘통 큰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취임 뒤 처음 한국을 찾은 비건 대표는 한국 측 비핵화 협상 실무진과의 회담에서 강한 북핵 해결 의지를 드러냈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전날 방한한 비건 대표를 접견한 자리에서 “최근 특사단 방북으로 북미 간 대화 분위기가 다시 고조되는 기회를 잘 살려 비핵화 대화에서 성공적 결과를 거둬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 등을 통한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 비핵화 대화가 선순환 발전할 수 있도록 한미 양국이 지속적으로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을 문 대통령이 당부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이에 비건 대표는 “큰 중책을 맡아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비건 대표는 이날 외교부 청사에서 강경화 장관을 예방한 뒤 곧장 카운터파트인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회담했다. 그는 회담 모두발언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든 엄청난 기회를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속담에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다고 들었다”며 “이제 시작이니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일을 마무리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 본부장도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 진전과 평화체제 구축에 있어 도전과 기회를 모두 마주하고 있다”고 공감했다.
회담에서는 주로 18~20일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과 이달 말 한미 정상회담, 유엔 총회 등을 앞두고 양국 간 입장이 조율된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개소를 앞둔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를 두고도 양국이 상당 부분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북미 간에 우호적 기류가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에 미측도 연락사무소를 크게 문제 삼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미측의 제재 위반 지적이나 ‘속도 조절’ 주문 등 개소를 지연시켰던 요인이 줄었다는 얘기다.
비건 대표는 12일부터 중국과 일본을 방문한 뒤 한국을 다시 찾을 전망이다. 협의 내용을 공유하기 위해서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비건 대표가 중ㆍ일 방문을 마치고 귀환 길(15일)에 한국을 재방문하는 계획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비건 대표가 한국을 재방문할 경우 판문점 등에서 북미 접촉이 재개될 가능성도 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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