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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가 권력? 감시자로서의 눈은 느슨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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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가 권력? 감시자로서의 눈은 느슨해지지 않았다”

입력
2018.09.17 04:40
수정
2018.09.17 09:1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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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하태훈 공동대표가 10일 서울 종로 참여연대 사옥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참여연대 하태훈 공동대표가 10일 서울 종로 참여연대 사옥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참여연대는 현 정부 출범 이후 가장 주목 받는 조직이 됐다. 청와대와 정부 요직에 참여연대 출신 인사들이 대거 기용되자 ‘참여연대 정부’라는 표현이 생겼다. 참여연대가 현 정부 정책에 직간접적으로 간여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최근에는 정기국회를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혁신성장’을 위해 추진한 규제완화 법안에 대해 참여연대가 반대하고 나서자, “시민단체가 ‘입법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통인동 사옥에서 만난 하태훈 참여연대 공동대표(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는 일관되게 규제완화를 반대해왔다”며 “변한 건 참여연대가 아니라 정부ㆍ여당”이라고 세간의 불편한 시선에 선을 그었다. 정기국회를 앞두고 입법과제를 제시한 건 전에도 있던 일이고, 정상적인 권력 감시 활동이라는 것이다. 인터뷰를 한 날은 올해로 24년을 맞은 참여연대의 창립기념일이었다.

-참여연대가 24주년을 맞았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시민단체로서 가장 큰 성과라면.

“참여연대의 사명은 권력 감시이다. 성과라면 멀게는 부패방지법 제정에 기여한 것, 최근에는 국회 특별활동비 폐지를 들 수 있다. 이 외에도 이동통신요금 원가 공개 등 많은 성과를 냈다고 자부한다..”

-현재 가장 역점을 두는 사업은 무엇인가.

“올해 국회가 해야 할 과제를 최근 정기국회 시작하면서 발표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개혁 입법이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를 비롯한 검찰 개혁을 위한 특별법은 물론 전 정부 당시 벌어졌던 사법 농단 해결을 위한 특별법도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선거법 개정도 시급하다. 국민의 뜻을 비교적 잘 반영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필요하다. 과도하게 선거운동을 못하게 하거나 유권자 표현의 자유를 옥죄는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는 것

역시 필요하다. 유권자 연령도 18세로 낮추어야 한다.”

- 신산업 규제를 푸는 법안에는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규제프리존 특별법이나 서비스발전산업법 등은 무분별하게 규제를 완화하는 법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규제샌드박스 법안에 보면 신사업은 먼저 허가를 내주고 사후에 문제가 생기면 규제하기로 돼있는데 너무 위험한 발상 아닌가.”

- 정부가 ‘혁신성장’을 위해 추진하는 규제완화까지 모조리 반대하는 건 지나친 발목잡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일 때는 모두 반대했던 사안들이다. 정권을 잡아 여당이 되니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이다. 대표적으로 은산분리를 완화하지 않겠다는 것은 대통령 공약이었고 민주당도 야당 시절에는 같은 입장이었다. 친기업 언론 입장에선 어렵게 정권과 여당이 입장을 바꿨는데 ‘일개 시민단체’가 나서서 반대를 하니까 싫은 거다. 결정적으로 민주당에서 내부 반발로 당론이 정해지지 않고 임시국회에서 좌초되니까 그 책임을 참여연대에 지운 것이다. 우리는 오래 전부터 일관된 입장이었고, 오히려 합리적인 이유 없이 갑자기 입장을 바꾼 여당이 비판 받아야 한다.”

-환경이 바뀌면 입장도 달라질 수 있는 것 아닌가. 실제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 완화에는 일반 국민들도 많이 동의하는데.

“경제가 어렵다 보니 그렇다. 기업활동이 위축되고 성장이 늦어지는 것이 규제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대통령도 ‘붉은 깃발법’ 얘기를 했다. 신성장 산업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규제라고 하는 게 국민의 생명이나 안전과 관련이 있다면, 그리고 그 규제를 풀었을 때 기업에 엄청난 특혜가 가거나 현재의 재벌ㆍ대기업 중심의 경제가 고착화되는 측면이 있다면 고심해 봐야 한다. 규제를 풀면 일자리가 늘어난다는데 정말 그런지 되짚어 봐야 한다. 우리는 필요한 규제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관점이다. 생명 안전과 관련한 규제들은 오히려 늘어도 좋다고 본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독성 화학물질을 생활용품에 마음대로 사용해도 됐기 때문에 생겼다.”

-정기국회 앞두고 입법 과제를 제시한 데 대해 ‘입법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전에도 정기국회를 앞두고 입법 과제 제시한 적 많다. 그런데 이번에 규제 완화 때문에 논란이 된 것이다. 우리가 반대한다고 해서 정부나 국회가 꼭 받아들이겠나. 마치 우리가 권력 위에 군림하면서 섭정을 하는 것처럼 묘사하는 것은 시민단체의 활동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우리는 권력감시를 표방하고 출범한 시민단체이기 때문에 정부정책에서 잘못됐다 생각하는 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기본적인 활동이다.”

-지난해 6월 참여연대가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를 방문해 ‘입법ㆍ정책 개혁과제’ 보고서를 전달했는데 다음달 100대 국정과제에 상당부분 반영됐다. 정부 정책을 쥐락펴락하고 있다는 근거로 많이 거론된다.

“애초에 추구했던 가치가 비슷해서 공약 때부터 비슷한 내용이 많았다. 공약이 국정과제에 수록된 것이지, 정부 정책을 우리가 어떻게 하는 게 아니다. 정부 정책이 발표도 되기 전에 참여연대에서 흘러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비난하는 경우도 있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 나라가 잘 발전하려면 정부, 시장만으로는 안 되고 시민사회도 함께 발전해야 한다. 우리가 하는 활동에 대해 비판적으로 볼 수는 있지만,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과장된 추측에 따른 무분별한 비판은 삼갔으면 좋겠다.”

-시민단체가 큰 힘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것은 현 정부가 ‘참여연대 정부’라 할 정도로 요직에 참여연대 출신이 많다는 사실 때문이기도 하다. 시민단체의 정관계 진출은 신중해야 하는 것 아닌가.

“권력감시를 하다 보니 재정적 독립은 기본이고 활동하는 사람들이 권력이 있는 곳에 들어가는 것도 당연히 문제가 된다. 그래서 우리는 청와대나 정부 부처뿐 아니라 정부가 주도하는 각종 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하는 것에도 까다로운 기준을 두고 있다. 요즘 지적을 받는 것은 너무나 오래 전에 참여연대에 몸담았던 분들이 요직에 있기 때문이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박원순 서울시장,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 등 고위직 인사들이 과거 참여연대에서 열심히 활동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참여연대 활동을 하지 않은지 오래됐고 연락조차 안 하는 데도 현 정부에 우리가 마치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잘못됐다. 장하성 실장의 경우 2004~2005년 소액주주 운동을 시작하면서 우리와 결별한 지 10년도 훨씬 지났다. 이런 기사가 하도 많이 나오다 보니 오래 전 탈퇴한 사람인데 아직도 참여연대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인 것처럼 쓰는 오보도 나온다. 이 경우 정정보도 요청을 하고 있다.”

-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참여연대 출신의 정부 요직 진출이 늘어나면 이해상충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견제와 감시라는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심판이 선수가 되는 게 아닌가.

“외부에서 그런 지적을 많이 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규제완화 관련해서 적극 반대하고 있는 점을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보수정부 때보다 저항의 강도가 덜할 수는 있지만 권력 감시의 눈은 느슨해지지 않았다.”

-장하성 정책실장을 비롯해서 현 정부 참여연대 출신 인사들은 소득주도성장에 강하게 집착한다. 이상만 좇고 현실을 너무 모른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시민단체 출신의 한계라는 말도 있는데.

“우리는 비판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대안도 제시한다. 머릿속에서 이론적으로만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현실에서 이룰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현재 정부 요직에 있는 사람들의 역량 문제는 시민단체 활동가로서의 한계 때문이라고 보진 않는다. 한 국가를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이다. 예를 들어 경제정책, 부동산 문제 이런 것도 한 가지 대책만으로는 안 된다. ‘대출 받아서 집 사는 사람이 있으니 대출 금리를 올릴까’하면 가계부채나 기업활동 위축 등 다른 경제 문제가 생긴다. 국가를 운영하는 것이 전혀 다른 이해관계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생기는 한계이지 시민 활동가가 비판만 하고 현장, 실무 감각이 없기 때문은 아니라고 본다. 예컨대 이명박 대통령은 기업도 운영해 보고 했으니 경제는 잘 알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실제 그렇지 않았다. 기업은 이익만 내면 되지만 국가는 다양한 주체 간의 이익이 상충하는 것이므로 조정이 쉽지 않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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