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대회 ‘터줏대감’ 폴 싱글 소방관
1회부터 올해 대회까지 13회 연속 참가
“불보다 뜨거운 영웅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는 것 자체가 제 인생의 큰 즐거움입니다”
소방관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소방관경기대회에 28년 간 빠짐없이 참가한 소방관이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뉴질랜드 현직 소방관인 폴 싱글(62)씨.
싱글씨는 9일부터 충북 충주에서 열리고 있는 제 13회 ‘2018충주세계소방관경기대회’에 참가해 13회 연속 소방관경기대회 참가란 기록을 이어갔다. 그는 1990년 자국 오클랜드에서 열린 1회 대회에 선수로 출전한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빠짐없이 이 대회에 동참하고 있다. 1994년 3회 호주 퍼스 대회부터는 부인(53)과 함께 동행하고 있다. 연속 참가로 이젠 세계소방관경대회 운영본부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가 됐다. 대회에 참가하는 소방관들 사이에서는 그를 ‘터줏대감’이라 부른다고 한다.
이번 충주 대회에서 그는 선수로 출전하지는 않는다. 대신 후배들인 뉴질랜드 팀을 응원하고 각국 소방관들과 만남을 즐길 참이다.
이번에도 부인과 함께 한 그는 “한국은 지난 2010년 대구 대회 이후 두 번째 방문”이라며 “이번엔 아내와 편안하게 관람을 즐기면서 그 동안 사귄 다른나라 소방관들과 우정을 쌓고 싶다”고 말했다.
싱글씨는 “소방관경기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 무척 행복하다”고도 했다. 세계소방관경기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경비가 필요하다. 이 대회는 국가별 선발전이 따로 없고 참가를 희망하는 소방관이면 누구나 경기에 나설 수 있다. 대신 모든 경기는 개인이 부담한다. 선수들은 1인당 150달러의 참가비를 낸다. 항공료와 숙식비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자기 돈을 써가며 멀리 다른 나라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가할 사람이 없을 것 같지만 대회에 참가하는 소방관은 의외로 많다. 세계 소방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순수하게 우정화 화합을 나누는 지구촌 축제로 자리잡은 것이다. 이번 대회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세계 63국에서 6,600여명의 전·현직 소방관이 참가했다.
40년의 소방관 경력을 자랑하는 싱글씨는 소방관이 슈퍼 히어로로 불리는 것에 대해 “모든 사람이 히어로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소방관 옷을 입고 있어서 그렇게 불리나 본데, 히어로 명칭은 과분하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이번 대회 개막일인 9일 입국한 그는 행사를 즐긴 뒤 15일 출국할 예정이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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