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섭 광주시장, “감사위원장
확대간부회의 참석하라” 지시
매주 주요 핵심 간부회의도 참여
“시장 추진 사업 문제제기 하겠나”
감사기구 독립성 훼손 논란 커져
현직 시장 견제 기능 상실 우려도
광주시 확대간부회의가 열린 11일 오전 광주시청사 3층 중회의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이용섭 광주시장의 맞은편 자리에 눈이 번쩍 뜨이는 얼굴이 보였다. 행정업무 집행 상태를 감독ㆍ조사하는 감사 사무의 총괄 책임자인 광주시감사위원장이었다. 그는 회의 내내 현안에 대한 직접보고 없이 다른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기만 했고, 간간이 수첩에 메모도 했다. 한 참석자는 회의가 끝난 뒤 “감사위원장이 회의에 참석하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 시장이 매주 화요일 주재하는 확대 간부회의에 광주시감사위원장을 참석시키는 것을 두고 감사위원회의 독립성 훼손 논란이 일고 있다. 직무와 관련해 독립된 지위를 갖는 감사위원회를 준(準)집행부서화 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그 핵심이다. 시가 2015년 10월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받던 자체 감사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키운다며 감사관을 집행부서에서 분리, 합의제 행정기관인 감사위원회로 전환했는데 이를 되돌리려 한다는 것이다.
시에 따르면 이 시장은 지난달 셋째 주부터 감사위원장에게 확대 간부회의에 참석하라고 지시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 시장은 매주 목요일 오전에 여는 주요 핵심 간부회의에도 감사위원장이 참석하도록 했다. 감사위원장이 각 부서별로 추진되고 있는 현안 사업 등을 파악하고 있어야 감사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이는 감사인이 감사대상업무나 수감기관 등의 의사 결정 과정에 직ㆍ간접으로 관여하는 것을 감사인 독립성 저해요인으로 규정하고 있는 감사원규칙(공공감사기준)과는 상당한 거리감이 있어 보이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감사위원장의 확대 및 주요 핵심 간부회의 참석을 놓고 감사위원회의 직무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당장 감사위원회 내부 직원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위축된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 직원은 “감사위원장이 간부회의에 참석하면 현안 사업 등에 대한 시장의 의중을 알게 될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시장의 추진 사업에 대해선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감사위원회가 현재 시장이 추진한 사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가 쉽겠느냐”고 꼬집었다. 실제 감사위원회는 광주형 일자리 선도모델인 현대자동차 위탁조립공장 설립을 위해 시가 현대차와 투자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각종 문제점들이 불거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예방은커녕 제대로 된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부작용 탓에 윤장현 전 광주시장은 감사위원장을 확대간부회의에 참석시켰다가 이를 철회했었다.
그래서인지 이 시장을 바라보는 시청 안팎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일각에선 이 시장이 감사위원회의 집행부에 대한 견제 기능을 무력화해 감사기구를 허수아비 조직으로 만들려고 한다는 극단적인 얘기까지 흘러나온다. 참여자치21 관계자는 “감사위원장의 확대 간부회의 참석은 특정 사안에 대한 감사범위나 계획 등을 사전에 보고하라는 뜻으로 해석되면서 결국 ‘코드 감사’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재임 기간 내외부의 청탁과 압력을 막고 직무의 독립성을 끌어올려줘야 할 시장이 외려 독립성을 의심받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