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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①] 긴 말이 필요 없는 ‘감성퀸’ 손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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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①] 긴 말이 필요 없는 ‘감성퀸’ 손예진

입력
2018.09.1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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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스틸
‘협상’ 스틸

배우 손예진은 한국영화계를 대표하는 명실상부 '흥행퀸'이다.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더라도 철저한 분석과 준비로 독보적 인물을 만들어내고야 만다. 많은 제작사들이 손예진을 잡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이유다.

영화 '협상'을 통해 손예진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지방경찰청 위기협상팀 소속 협상전문가 하채윤을 연기한 그는 각 잡힌 제복을 제 옷처럼 소화하는 것은 물론, 유학파 출신이라는 설정에 맞춰 영어 대사도 술술 내뱉는다. 늘 안주하지 않고 노력하는 그의 열정을 보여주는 지점이다.

머리도 싹둑 잘랐다. 손예진은 "경찰이라는 직업이 주는 전형적인 모습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긴 머리를 묶거나 풀거나 그런 건 경찰과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해 단발로 잘랐다"며 "기존의 캐릭터들 보다는 조금 더 보이쉬한 느낌, 조금 더 전문직스러운 협상가 모습, 하지만 그 안의 인간적인 모습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협상’ 스틸
‘협상’ 스틸

'협상'은 태국에서 사상 최악의 인질극이 발생하고, 제한시간 내 인질범 민태구(현빈)를 멈추기 위해 협상가 하채윤(손예진)이 일생일대의 협상을 벌이는 내용을 담는다.

생애 첫 악역에 도전한 현빈과 처음으로 경찰 역을 맡은 손예진은 '이원촬영'에도 함께 도전했다. 두 배우가 서로 다른 세트장에서 모니터로 상대의 모습을 보며 연기해야 하는 상황. 상대의 눈을 보고 연기하지 않는 만큼, 감정표현이나 리액션 역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들은 놀라운 집중력으로 실감나는 연기를 펼쳤다. 관객들이 극의 흐름을 쫓아가는데 무리가 없다. 이종석 감독은 "손예진은 그야말로 완벽한 배우다. 영화 전체의 흐름에 대한 이해가 탁월하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낼 줄 안다"고 극찬했다. 손예진은 인질범이 펼치는 잔인하기 짝이 없는 행동에 분노하고 슬퍼한다. 스크린을 뚫고 나올듯한 포효가 보는 이들의 몰입도를 한껏 끌어올린다.

하채윤이 협상을 펼치는 상황실은 최첨단 장비를 갖추고, 내부 모든 벽이 강화유리로 이뤄진 오픈된 공간이다. 언뜻 보면 안전해 보이지만 그만큼 서로에게 모든 것이 노출되고, 각자의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킨 복잡한 장소이기도 하다. 제한된 공간과 시간 속에서 손예진은 현빈과 긴박감 넘치는 협상을 벌이며 그의 심리를 읽어내기 위해 애쓴다.

‘협상’ 스틸
‘협상’ 스틸

'협상'에서는 무엇보다 손예진의 걸크러시 매력이 돋보인다. 청순하고 여리여리한 외모와 달리, 정의감에 불타고 할 말은 꼭 해야 하는 강단 있는 협상가의 모습이 시선을 끈다. 감성보다 이성이 앞설 것 같은 직업이지만, 손예진이 그려낸 하채윤은 인간다운 매력을 가득 품고 있어 더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손예진은 "계산된 연기보다는 최대한 나의 감정을 표현하려고 했다"며 "하채윤이 나약한 면도 있지만 인질을 구하기 위해 단단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연기했다. 답답한 순간이 너무 많아서 그것을 억누르는 그런 촬영의 반복이었다"고 회상했다.

어떤 작품에서도 무기력하게 소비되지 않고, 주체적 여성 캐릭터로서 성장해온 손예진의 작품 선구안은 이번에도 빛났다. '협상'은 그에게 탁월한 선택이었다.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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