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재판자료를 무단 반출한 전직 대법원 고위 관계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또 기각됐다. 세 번째다. 기각 사유로 “죄가 되지 않는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지자 ‘영장전담판사가 이번 사안의 유무죄를 미리 재단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0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 7일 대법원 재판 기밀자료를 무단 반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현 변호사)의 사무실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청구했지만 일부 자료를 제외하고 이날 모두 기각됐다. 법원은 앞선 두 차례 압수수색 영장도 기각한 바 있다.
유 전 수석재판관은 재직 중 김모 당시 선임재판연구관(현 수석연구관)으로부터 통합진보당 소송 개입 정황이 담긴 문건을 전달 받은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이 문건은 2016년 6월 8일 당시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통진당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에 관한 의견(대외비)’으로, 2014년 헌법재판소 해산 결정으로 의원직을 박탈당한 통진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의원직 복직을 청구한 행정소송 상고심을 전원합의체(전합)에 회부하는 방안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판사는 “대법원 재판자료를 반출, 소지한 것은 매우 부적절한 행위이나, 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유 전 수석연구관이 소지한 자료를 압수수색을 통해 수사기관이 취득하는 것은 “재판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검찰은 “압수수색 결과에 따라 다양한 혐의 적용이 가능한 것인데 무슨 근거로 죄가 안 된다는 판단을 내린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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