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봉사상 대상에 김정숙씨
장편소설 포함 4320시간 녹음
노하우 쌓여 성우 버금가는 수준
“목소리는 아직 50대 소리 들어
건강 허락하는 한 계속 봉사”
김정숙(81)씨는 28년간 책을 읽을 수 없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수 백권의 ‘목소리 책’을 냈다. 나이 들어서 남을 도울 수 있는 몇 안 되는 일 중 하나가 녹음 봉사라는 게 그의 지론. 일주일에 최소한 하루는 녹음 봉사를 한다는 꾸준함을 원칙으로 세우고 책을 한 줄, 한 줄 읽다 보니 어느새 녹음한 책만 240권, 4,320시간에 달하는 분량이 됐다.
서울시는 10일 서울시청에서 제16회 서울시 복지상 시상식을 열고 시각장애인에게 독서의 즐거움을 선물한 김씨가 영예의 서울시 복지상 대상을 수상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의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며 오랫동안 시각장애인 독서 문화 환경 개선을 위한 녹음 도서 제작에 참여한 공로를 인정 받았다고 시는 설명했다.
김씨는 28년 전 친구 집에 갔다가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에 걸려 있던 자원봉사자 모집 현수막을 보고 이 일을 시작했다. 이후 ‘광화문’ ‘북간도’ 등 대하장편소설을 비롯한 시각장애인용 여러 녹음 도서 제작에 참여했다. 노하우가 쌓이면서 남녀 목소리, 아이 목소리를 구분해 녹음할 정도로 ‘반은 성우’가 됐다. 김씨는 “녹음 봉사로 갈고 닦아서 그런지, 목소리는 아직 50대 같다는 말을 듣는다”며 웃었다.
김씨는 특히 과거 출판사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도서 선정부터 녹음 모니터링까지 전 과정에서 녹음 도서의 질을 높이는데 신경 썼다. 이외에도 ‘문학기행’ ‘길 위의 인문학’ 등 시각장애인 문화 행사 프로그램에 수 년간 길 안내 봉사자로 나서기도 했다.
그는 “내년을,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나이가 됐지만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해서 녹음 봉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엔 시오노 나나미의 ‘그리스인 이야기’를 녹음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2003년부터 제정된 서울시 복지상은 이웃 사랑을 실천해 사회의 본보기가 되는 인물과 단체를 선정해 매년 ▦복지자원봉사 ▦후원자 ▦종사자 3개 분야에 걸쳐 대상 1명, 최우수상 3명, 우수상 6명 등 10명을 선정한다. 15년간 총 150명(단체)에게 시상했다.
올해 복지자원봉사 분야 최우수상에는 마포 장애인종합복지관 야간순회돌보미 활동을 하고 있는 강순희(60)씨가, 우수상에는 강동구 은퇴자 봉사회 임원인 김진문(68)씨와 금천구 봉사단체인 그루터기가 선정됐다.
후원자 분야 최우수상은 2005년부터 자신의 사업장(한국관 관광나이트)을 활용한 대규모 어버이날 행사 효 축제를 개최하고 있는 장귀봉(64)씨가, 종사자 분야 최우수상은 성북 시각장애인복지관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저소득 중증 시각장애인 삶의 질 향상과 자립에 기여한 배진희(44)씨가 받았다.
황치영 시 복지본부장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따뜻한 서울을 만드신 분들에게 서울시 봉사상을 드릴 수 있어 영광”이라며 “앞으로도 이 분들과 함께 더욱 따뜻한 서울시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감사를 전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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