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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페렌츠의 연설(9.17)

입력
2018.09.17 04:2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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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오늘 헝가리 국영방송이 페렌츠 총리의 비공개 연설을 폭로했다. 자료사진
2006년 오늘 헝가리 국영방송이 페렌츠 총리의 비공개 연설을 폭로했다. 자료사진

헝가리 국영 ‘머저르(Magyar) 라디오’ 방송이 2006년 9월 17일 사회당 출신 총리 주르차니 페렌츠(Gyurcsany Ferenc, 1961~)의 5월 비공개 연설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4월 총선에서 190석(총 386석)으로 최다 의석을 얻어 자유당과의 연정 연장에 성공한 사회당이 부다페스트 벌러톤(balaton) 호숫가 휴앙지 벌러톤뇌쇠드(Balatonozod)에서 연 당 총회 연설이었다. 비공개 행사여서 그랬겠지만, 그는 자신을 포함한 사회당의 치부를 무척 ‘솔직’하게 드러냈다. 그리고 그의 말의 품위는 대중적 이미지와는 사뭇 딴판이었다.

연설 요지는 한 마디로, 자신과 사회당이 총선 승리를 위해 유권자들에게 거짓말을 일삼았고 지키지 못할 약속을 남발했다는 거였다. 바로잡으려 해도 뾰족한 수가 없는데, “그건 그간 우리가 망쳐놓았기 때문에(we have fxxked it up), 그것도 조금이 아니라 왕창 망쳐놓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엿 같은 나라(fxxxing country)는 모조리 개조해야 한다”고도 했다. 30분 남짓 이어진 연설 동안 그는 ‘fxxk’에 해당하는 헝가리어(kurva)를 7차례, ‘shit’은 8차례 썼다.

페렌츠는 20대이던 80년대 사회주의노동자당 청년조직에서 활동하다 공산정권 붕괴 후 국유재산 민영화 과정에 공격적으로 참여해 큰 돈을 벌었고, 2002년 정치에 입문해 그 해 총선의 사회당 승리에 기여함으로써 이듬해 체육청소년부 장관, 2004년 당 대표가 됐다. 2004년 8월 연정이 붕괴하면서 그는 총리가 됐고, 2006년 4월 총선을 진두 지휘해 제1당으로서의 지위를 굳혔다. 그는 성공한 젊은 자본가의 진취적 이미지와 사회주의 이상을 조화할 수 있는 차세대 정치 지도자로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폭로된 그의 연설로 사회당의 정부투자 및 복지확대 공약은 거짓이고, 경제 위기와 재정적자를 감안할 때 오히려 세금을 올리고 각종 보조금을 삭감해야 한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대대적인 반정부, 반 페렌츠 시위와 금융위기에 시달리던 끝에 그는 2009년 3월 사임했다. 사회당은 이듬해 총선서부터 중도보수 ‘청년민주동맹’에 밀려 줄곧 2,3당 지위에 머물고 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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