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도시 행정과 과학기술계에서는 스마트시티(Smart City)가 화두다. 4차 산업혁명을 상징하는 빅데이터(Big Data),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과 함께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한 생활상의 변화를 얘기할 때 등장하는 단어다. 그러나 아직 그 개념이 쉽게 이해되지도 않고 그 모습도 하나의 그림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아마도 스마트시티가 현재진행형으로 한참 진화해 나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스마트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에 방점을 두고 스마트시티를 설명해보면 스스로 생각하고 인지하는 ‘똑똑한 도시’라고 정의해볼 수 있다. 도시는 철근과 콘크리트 그리고 유리 등으로 건설된 딱딱한 구조물인데 어떻게 스스로 생각할 수 있을까. 바로 기술이 접목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유발 하라리 교수가 ‘사피엔스’라는 책에서 주장했듯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할 수 있는 인지능력을 갖게 되면서 오늘날의 인류로 발달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지금 도시에도 이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도시를 구성하는 건축물과 도로들은 정보통신기술(ICT)과 IoT 등 첨단기술로 연결되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스마트폰을 켜면 가장 빠르고 편안한 출근길을 알 수 있고 지역별 맞춤 일기예보는 입고 나갈 옷을 결정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우리는 이미 스마트시티에 살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시티가 어디까지 발전할지는 알 수 없지만 그로 인한 변화가 엄청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 6월 맥킨지는 서울의 스마트시티 기반기술 수준을 싱가포르, 뉴욕에 이어 3번째로 꼽았다. 나쁘지 않은 평가다. 그리고 스마트시티 수출에도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 국내에서 스마트시티 조성에 앞장서 온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 4월 중동의 쿠웨이트와 ‘신도시 건설을 위한 마스터플랜 용역 총괄관리계약’을 체결했다. 한국형 스마트시티의 첫 해외진출 사례다. 정부도 스마트시티 조성과 발전에 앞장서고 있다. 우선 스마트시티와 자율주행차, 드론과 같은 미래혁신기술 개발에 향후 10년간 9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또 전 세계에 자랑할 국가 시범도시를 만들기로 하고 세종시 5-1생활권과 부산의 에코델타시티 등 두 곳을 후보지로 선정해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정도면 장래 펼쳐질 스마트시티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발휘해나갈 준비는 돼있다고 본다. 문제는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 우리가 갖춘 스마트시티 능력, 즉 도시건설 경험과 세계 최고 수준의 ICT기술을 바탕으로 한 정보통신 능력에 대한 제대로 된 대외적 평가를 얻어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스마트시티 분야의 선두주자인 바르셀로나는 스마트시티엑스포(SCEWC), 싱가포르는 세계도시정상회의(WCS) 같은 대규모 국제 행사를 개최해 스마트시티 정책과 기술력 홍보뿐 아니라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부터 국토교통부와 LH 등 공공기관이 협력해 월드 스마트시티 위크(WSCW) 행사를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17~20일 나흘간 세계 50여 개국에서 우리의 기술과 정책을 보고 갈 것이다. 정부와 공공기관, 그리고 민간기업과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이 이뤄지면 우리나라가 미래의 신천지인 스마트시티를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박상우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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