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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학 칼럼] 미친 집값 잡는 확실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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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학 칼럼] 미친 집값 잡는 확실한 방법

입력
2018.09.10 18:3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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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공급 늘어도 서민 주거난 여전

정치공학 매몰돼 부자 증세만 집착

매물 나오게 거래ㆍ보유세 고쳐야

서울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대출 규제, 투기지역 지정, 양도세 중과 등 강도 높은 수요 억제책이 통하지 않자 서울 강남과 경기 과천, 광명 등의 그린벨트를 풀어 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공급이 적어 집값이 폭등하는 걸까. 수도권은 이미 아파트 천지고 서울의 주택 보급률은 100%에 육박한다. 새로 집을 지어도 다주택자 손에 들어가는 게 절반 이상이다. 공급 확대가 아니라 매물을 늘리는 정책을 써야 한다. /연합뉴스
서울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대출 규제, 투기지역 지정, 양도세 중과 등 강도 높은 수요 억제책이 통하지 않자 서울 강남과 경기 과천, 광명 등의 그린벨트를 풀어 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공급이 적어 집값이 폭등하는 걸까. 수도권은 이미 아파트 천지고 서울의 주택 보급률은 100%에 육박한다. 새로 집을 지어도 다주택자 손에 들어가는 게 절반 이상이다. 공급 확대가 아니라 매물을 늘리는 정책을 써야 한다. /연합뉴스

서울 집값이 무섭게 치솟는다. 한 달에 수억 원씩 뛰는 아파트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광풍 수준이다. 대출 규제 등 수요 억제책이 통하지 않자 이제 공급을 늘릴 모양이다. 그린벨트와 상업지역 규제를 완화해 서울 강남과 도심 등 요지에 주택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곧 내놓겠단다. 수도권은 이미 아파트 천지다. 집값이 뛸 때마다 미래세대 몫인 그린벨트까지 풀어 계속 아파트를 짓겠다는 것인지 답답하다.

공급 확대가 집값 잡는 묘책이라면 또 모르겠다. 정부는 향후 5년간 서울의 신규주택 공급이 연평균 7만2,000호로 수요(5만5,000호)를 초과한다고 설명해 왔다. 전체적인 공급은 문제가 안 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강남 등 일부 선호지역의 공급 부족 탓에 집값이 뛰는 걸까. 설령 이 분석이 맞더라도 강남 공급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린벨트를 풀어 공급할 수 있는 규모는 기껏해야 수천호 수준이다. 전국의 부자들이 호시탐탐 진입을 노리는 선호지역의 특성을 감안하면 조족지혈이다. 더욱이 강남권 미니신도시를 만들려면 최소 6~7년이 소요된다. 강남에 집을 지어도 서민에겐 그림의 떡이다.

서울 집값 폭등은 거래량 부족 탓이 크다. 공급이 부족한 게 아니라 매물이 부족한 것이다. 실수요자가 집을 사고 싶어도 매물의 씨가 말랐다. 집 상태도 안 보고 계약금을 입금해도 집값이 계속 오르리라는 기대감에 주인이 다시 거둬들이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그러니 한두건 비싼 값에 이뤄진 거래가 전체 가격을 끌어올리는 악순환이 빚어지는 것이다. 지금은 공급이 아니라 매물이 부족해서 생긴, 일방적인 매도자 우위 시장이다.

서울의 주택 보급률은 100%에 육박하지만 자가(自家) 보유율은 50%도 안 된다. 서울에 새로 집을 지어도 집 있는 사람이 절반 이상을 가져간다. 늘어난 강남 아파트가 무주택 서민에게 돌아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 공급 확대가 해결책이 아니라면 다주택자가 집을 내놓게 만들어야 한다. 매물을 늘리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집을 팔면 이익, 보유하면 손해가 되게 하는 것이다. 양도ㆍ취득세 등 거래세를 낮춰 퇴로를 열어주고 보유세를 강화하면 된다. 문재인 정부 지지층도 강력히 요구하는 정책이다.

현 부동산세제는 거꾸로 됐다. 거래세는 무겁고 보유세가 가벼우니 다주택자가 집을 팔지 않고 버티는 것이다. 왜 고칠 생각을 안 하나. 조세저항이 두려워서다. 정치인들은 국민이 세금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감각적으로 안다. 직장을 잃거나 아플 때 국가에서 돌봐주는 건 당연하지만 남을 돕기 위해 세금을 선뜻 더 내겠다는 사람은 없다. 이런 유권자 속성을 잘 아는 정치인들이 표 잃을 짓을 할 리 없다. 보편적 증세보다 쉬운 길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정부가 빚을 내거나 부자 지갑에서만 돈을 빼내겠다고 유권자들을 유혹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증세 없는 복지’를 입에 달고 살았다. 유승민 의원 지적대로 사기였다. 박근혜 정부가 의료비 교육비 등 소득공제 항목을 세액공제로 바꾸면서 직장인 부담은 연간 1조원 가까이 늘었다. 건강을 위해 흡연율을 낮춰야 한다며 담뱃값도 크게 올렸다. 박 대통령은 “서민증세가 아니다”라고 강변했지만, 직장인에겐 그나마 얇은 지갑을 털어가려는 ‘꼼수 증세’로 비쳤다. 유리지갑 직장인들이 정부를 등진 결정적 계기였다.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은 부자증세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초 “(증세를) 하더라도 대상은 초고소득층과 초대기업에 한정될 것”이라고 했다. 그의 다짐대로 다주택자를 겨냥한 ‘ 핀셋 증세’가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국민 다수가 집을 자산증식 수단으로 여기는 현실에서, 종부세만으로 집값을 잡기는 쉽지 않다. 불로소득은 반드시 세금으로 환수된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공시가격을 현실화해 보유세 실효세율을 높이는 정공법을 펴야 하는 이유다. 주택 불로소득이 임금 상승률을 월등히 앞서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올리고 소득주도성장 백날 외쳐봤자 말짱 도루묵이다.

고재학 논설위원 겸 지방자치연구소장 goind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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