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카페모카 커피를 살면서 처음 먹어봤어요. 늘 믹스커피만 먹었는데, 카페모카는 우유랑 초코시럽이 들어가 달고 맛있네요.”
지난 6일 서울 양천구 신월동 50스타트센터에서 만난 박민상(50ㆍ가명)씨가 직접 만든 커피의 맛을 자랑하며 환하게 웃었다. 50스타트센터는 양천구가 50대 독거남들을 위해 마련한 전용공간. 이날은 이곳에서 운영하는 ‘나비카페’에서 바리스타 교육을 해 박씨도 이웃 6명과 함께 참여했다.
이혼 후 10년 넘게 혼자 살면서 말수가 줄었다는 박씨는 50스타트센터에 방문하면 ‘수다쟁이’가 된다고 했다. 박씨는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끼리 모여서 커피 만드는 법도 배우고 고민도 나누니 마음이 편하다”며 “처음 센터를 방문했을 땐 아는 사람이 없어 멋쩍었지만 교육에 참여할수록 독거남끼리 친해져 서로 안부도 묻고, 사회복지사가 신용불량 상담 등 필요한 서비스도 안내해줘 실질적인 도움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양천구는 올해 4월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나홀로 중년’의 고독사 예방 및 지원을 위한 50스타트센터를 열었다. 홀로 사는 중년 남성이라면 언제든 찾아와 단돈 1,000원만 내면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일종의 ‘사랑방’인데, 하루 평균 30~40명이 찾아올 정도로 호응이 좋다. 센터에서는 지난해부터 구가 진행하는 ‘나비남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바리스타 교육이나 영화제작 등 참여형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또한 이웃들이 독거남과 월 1회 이상 만나 ‘인생 경험’을 나누는 멘토단을 운영하고, 독거남이 원하면 일자리나 금융, 의료, 복지 문제 등에 대한 전문 상담도 받을 수 있다.
‘은둔형 외톨이’로 불리는 나홀로 중년들의 마음을 어떻게 열 수 있었을까. 조인주 양천구 희망복지팀장은 “50대 남성 1인가구의 상황을 조사하기 위해 가구마다 전화를 드릴 때는 잘 받지 않았지만, 사회복지사와 지역주민들이 함께 직접 방문해 취지를 말씀 드리면 문도 열어 주시고 겪고 있는 어려움도 얘기해주셨다”며 “50대는 근로 의욕과 사회 복귀를 원하는 세대인 만큼 마음의 회복뿐 아니라 일자리 상담 등 자활에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전용공간을 열어뒀더니 호응이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선 구청의 지원 속에 자립에 성공한 독거남이 은둔 독거남의 ‘멘토’가 되기도 한다. 지난해 ‘나비남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오랜 은둔 생활을 끝내고 일자리도 얻었다는 조용식(51)씨는 “처음 프로그램에 참여할 때만 해도 타인에 대한 경계심이 많았지만 자활프로그램을 통해 자기객관화가 되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다는 의욕도 생겼다”며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참여자 스스로 변화하려는 노력과 의지”라고 강조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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