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ㆍ이데일리 레이디스 최종라운드 3타차 역전승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데뷔 3년차 정슬기(23ㆍ휴온스)의 골프인생은 초등학교 5학년 때던 2006년 양어장에서 시작됐다. 고향인 경북 봉화군에서 양어장을 운영하던 부모가 양어장 한 켠에 마련해 둔 골프 연습기계 앞에 서면서부터다. 그렇게 아버지 취미였던 골프가 딸의 취미가 됐다.
16세 때던 2010년 지병을 앓던 모친을 여의며 위기도 맞았지만, 정슬기는 골프에 대한 열정으로 아픔을 견뎌냈다. 부친은 그런 딸을 선수로 성공시키기 위해 주말마다 수도권으로 레슨을 보내는 등 정성을 쏟았다. 하지만 19세 때던 2015년부터 몸 담은 프로 무대는 더 큰 가시밭길이었다. 프로 데뷔 후 3년여 간 단 한 차례의 우승도 거두지 못한 그는, 올해엔 19차례 대회에 출전해 단 한 번만 톱10에 이름을 올리며 부진했다. 우승 한 번 없던 무명 정슬기는 올해는 상금랭킹마저 57위에 머물며 내년 시드 보유마저 장담할 수 없는 상황까지 내몰렸다.
하지만 정슬기는 자신의 통산 77번째 출전 경기에서 생애 첫 우승을 따내며 그간 겪어 온 무명의 설움을 단번에 떨쳐냈다. 정슬기는 9일 경기 용인시 써닝포인트 컨트리클럽(파72ㆍ6,622야드)에서 열린 KLPGA투어 KGㆍ이데일리 레이디스오픈 위드 KFC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1개를 기록, 3타를 줄이며 최종 합계 10언더파 206타로 우승했다. 공동 2위 그룹과 1타 차의 짜릿한 역전극이었다. 전날 2라운드까지 8언더파 공동 4위였던 정슬기는 이날 4번홀(파4)에서 첫 버디를 잡은 뒤 후반 10번홀(파4)과 12번홀(파3), 14번홀(파5)에서 잇따라 버디를 잡으며 2위 그룹과 격차를 벌렸다. 이후 우승 부담 탓인지 16번홀(파3)과 17번홀(파4)에서 연속 보기를 범해 추격을 허용했지만,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차분히 파를 지켜냈다. 라운딩을 마친 정슬기는 1타 뒤진 김지영(22ㆍSK네트웍스)이 마지막 홀에서 버디에 실패하며 우승이 확정되고서야 활짝 웃음을 지었다.
이날 우승으로 정슬기는 상금 1억원을 거머쥐었다. 이번 시즌 벌어들인 전체 상금(약 7,000만원)을 훌쩍 넘긴 금액이다. 무엇보다도 앞으로 2년간 시드 걱정 없이 1부 필드를 누빌 수 있게 됐다. 경기 후 그는 “어렵게 투어에 입성한 만큼 시드 걱정을 던 게 가장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1, 2라운드 선두를 달리며 1년 4개월 만에 통산 2승을 바라봤던 김지영은 14번홀까지 버디 없이 보기 3개를 쏟아낸 부진을 극복하지 못하고 1타 차 공동 2위(9언더파 207타)에 만족해야 했다. 상금랭킹 4위 배선우(24)도 공동 2위에 올라 최근 6개 대회 모두 5위 이내 입상하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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