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외 기다리는 존재에서
자신을 연출하는 역할로
신인 가수 초대 코너 등 인기
“연예인은 섭외가 돼야 방송에 출연할 수 있는 수동적인 존재잖아요. 1인 미디어방송은 내가 PD, 감독, 작가가 되어서 ‘나’를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매체여서 좋아요.”
최근 서울 방이동 개인 스튜디오에서 만난 ‘연기자’, 아니 ‘인기 BJ’ 강은비의 말이다. ‘연기자’ 강은비는 낯설지 않다. 2005년 영화 ‘몽정기2’로 데뷔, ‘생날선생’(2006) ‘어우동’(2015) 등의 영화에 출현했다. MBC ‘레인보우 로망스’(2005), KBS2 ‘포도밭 그 사나이’(2006), ‘솔약국집 아들들’(2009) 등 TV화면에도 꾸준히 얼굴을 비췄다.
배우로서 한 단계씩 전진했으나 행복하진 못했다. ‘비호감’ 이미지 때문에 10여년 동안 악플에 시달렸다. 그 상처로 5년 정도 활동을 접고 쉬었다. 쉬면서 제 돈 들여 단편영화도 만들어 보고 동생이 좋아하던 1인 미디어방송을 어깨 너머로 보다 슬쩍 딴짓을 벌였다.
게임을 좋아하던 개인적 취미를 살려 “게임 한 판할까요?”라는 말로 시험방송을 시작했다. 하다 보니 시청자들과 실시간으로 대화를 주고받는 ‘라이브’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지금은 연예인 게스트와 밥 한 끼 먹는 ‘인생밥집’, 신인 가수를 스튜디오에 초대하는 ‘단결 아이돌’ 같은 코너가 인기다.
인기는 상승 곡선이었다. 데뷔 9개월 만에 애청자 수 8만명을 돌파했다. 축구중계로 아프리카TV에서 10위권도 넘나드는 수준이다. 수입도 짭짤하다. 시청자가 보내는 별풍선이나 광고수익 등 한 달에 3,000만~5,000만원을 번다. 강은비의 성공 때문이었을까. 연예인들이 BJ로 나서는 경우가 흔해지고 있다. 남성그룹 엠블랙 출신의 지오, 남성그룹 매드타운 출신의 송재호, 걸그룹 크레용팝의 엘린, SBS ‘순풍산부인과’에 ‘미달이’로 출연했던 배우 김성은도 BJ로 활동 중이다.
BJ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여전히 넘어야 할 벽이다. “자극적 내용이 인기 있다는 건 옛말이에요. 직접 해보기 힘든 취미를 대신 해줘서 시청자에게 간접경험과 대리만족을 주는 효과가 생각 이상으로 커요. 콘텐츠는 재미와 공감으로 접근해야지, 수익적 측면에서 다가갔다간 시청자의 신뢰를 잃을 수 있어요. 요즘 시청자는 의식이 성숙하거든요.” 이런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지난달 경기콘텐츠진흥원 등이 개최한 토크콘서트에 출연하기도 했다. BJ를 꿈꾸는 중ㆍ고등학생들에게 자신의 경험과 비전을 설명했다.
강은비도 처음엔 “그래도 연기자인데 자존심 상하지 않느냐”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 걱정을 뛰어넘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는 게 강은비의 답이다. “스스로 제작자가 되어 나만의 색깔이나, 알려진 것과는 다른 모습을 대중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욕구를 해소하는 데 참 좋은 것 같아요.”
연기를 접은 건 아니다. 아니, BJ가 새로운 길을 열어 주고 있다. BJ 활동 덕에 예능이나 광과 섭외가 들어오기도 한다. “얼마 전에도 오디션을 보러 다녔거든요.기회가 닿는다면 ‘연기자’ 강은비의 모습도 보여 드릴게요.”
이소라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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