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서열 3위 리잔수 상무위원장
김정은 손 맞잡고 열병식 참관
시 주석 친서에서 양국 관계 과시
비핵화 과정서 ‘中 역할론’ 부각
金 “북중 우의 굳건히 유지할 것
北, 싱가포르회담 견지하며 조처
미국도 상응하는 행동 보이고
한반도 문제 프로세스 함께 하길”

중국은 북한 정권수립 70주년(9ㆍ9절)을 맞아 북중 우호관계를 극대화하는 데 주력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방북은 무산됐지만, 북한과의 우호를 과시하기 위해 시 주석을 비롯한 최고지도부가 총출동하고 관영매체를 총동원했다.
시 주석은 지난 8일 방북한 서열 3위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 상무위원장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전달한 친서에서 “북중 관계를 잘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중국 당과 정부의 확고부동한 방침”이라며 “올해 들어 김 위원장과 세 차례 회담을 통해 북중 관계 발전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강조했다. 리 상무위원장은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목표,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견지한다”면서 “우리는 북한의 적극적인 노력에 매우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국제정세가 어떻게 변하더라도 나와 북한 당ㆍ정부는 북중 우의를 굳건히 유지할 것”이라며 “북한은 싱가포르 회담의 공동 인식을 견지하며 조처를 했으니 미국도 상응하는 행동을 보이고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를 함께 추진하길 바란다”고 답했다.
리 상무위원장은 이날 김 위원장과 함께 주석단에 올라 손을 맞잡고 9ㆍ9절 기념 열병식을 지켜봤다. 시 주석은 이번 9ㆍ9절 축하사절단에 자신의 심복인 리 상무위원장과 함께 쑹타오(宋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쿵쉬안유(孔鉉佑) 외교부 부부장 겸 한반도사무특별대표 등 주요 인사들을 대거 포함시켰다.
중국 지도부는 자국에서 개최된 북한의 9ㆍ9절 행사에도 최고지도부를 대거 참석시켰다. 지난 7일 중국인민대외우호협회와 중조우호협회 주관으로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9ㆍ9절 기념행사에는 시진핑 체제의 실질적 2인자인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이 참석했다. 그는 “중국의 사회주의 조선에 대한 지지는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앞서 지난 6일엔 서열 4위 왕양(汪洋) 전국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이 주중 북한대사관 주최 9ㆍ9절 환영연회에 중국 측 주빈으로 참석했다. 주중 북한대사관이 생긴 이래 최고위급 중국 인사의 방문이었다.
관영매체들도 경쟁적으로 김 위원장에게 찬사를 보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날 사설을 통해 “김 위원장은 북한 인민을 이끌어 경제 발전과 민생 개선에서 유례가 없는 큰 성과를 냈다”고 추켜세웠고, 신화통신은 “김 위원장이 경제 집중 노선으로 전환한 뒤 물자 공급이 늘고 시장이 원활하게 돌아가는 등 북한 주민의 일상생활이 개선됐다”고 호평했다.
CCTV는 이날 북한의 9ㆍ9절 열병식 장면을 매시간 주요뉴스로 내보내며 “각 군의 정예병력이 출동했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등장시키지 않은 건 북한이 외부에 강경한 신호를 보내려는 게 아니라 경제와 민생의 성과를 보여주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전했다. CCTV는 평양교원대 탐방 기사에서 북한의 정보기술(IT)산업 발전상을 상세히 전하기도 했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 지도부가 북한 관련 행사에 이런 규모로 나선 건 혈맹관계이던 김일성 시대 이후 처음”이라며 “이는 비핵화 협상 진전 과정에서 ‘중국 역할론’을 부각시키고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의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