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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놓친 공항… 앞으로 2주가 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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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놓친 공항… 앞으로 2주가 고비

입력
2018.09.09 19:30
수정
2018.09.10 16:5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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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웨이트 출장 갔던 61세 남성

귀국 다음날 메르스 확진 판정

입국 때 “열흘 전 설사” 밝혔지만

발열ㆍ호흡기 증상 없어 검역 통과

밀접접촉자 늘어 22명… 불안 확산

같은 항공기 탄 영국인도 의심 증상

3년만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다시 발생해 방역에 비상이 걸린 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 메르스 감염 주의 안내문에 스크린에 떠 있다. 연합뉴스
3년만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다시 발생해 방역에 비상이 걸린 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 메르스 감염 주의 안내문에 스크린에 떠 있다. 연합뉴스

쿠웨이트에 출장을 다녀왔다가 국내에서 3년 만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ㆍMERS) 확진 판정을 받은 서울 거주 61세 남성 A씨가 입국 당시 공항 검역장에서 ‘의심 환자’로 분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검역체계에 대한 불안감이 다시 커지고 있다. 보건당국은 매뉴얼대로 A씨가 메르스 주요 증상인 발열ㆍ호흡기 증상이 없어 검역 통과가 가능했다고 설명하지만, 설사 증상을 앓던 환자가 곧장 병원행을 결정하지 않았다면 접촉자가 크게 늘어나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9일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6일까지 출장 차 쿠웨이트 알주르 지역을 방문했다가 귀국 하루 만인 8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2015년 5월20일 국내에서 처음 메르스가 발병해 186명의 확진환자와 38명의 사망자를 내며 전국을 메르스 공포로 몰아간 이후 3년여만이다.

쿠웨이트에서 두바이를 경유해 아랍에미레이트항공 EK322편을 타고 7일 오후 4시51분 입국한 A씨는 검역 당시 승무원에게 빌린 휠체어를 타고 있었다. 검역장에서 받은 건강상태질문서에 “열흘 전쯤 설사 증상이 있었고, 근육통이 조금 있다”고 적었으나, 1대 1 검역에서 ‘지금은 특별한 증상이 있느냐, 복용 약이 있느냐’는 검역관의 질문에는 “없다, 괜찮다”라고 대답했다는 게 질본의 설명이다. 체온 측정 결과도 36.3도로 정상이었다. 보건당국은 메르스 의심환자를 ▦발열과 호흡기증상(기침ㆍ호흡곤란)이 있으면서 ▦증상이 나타나기 전 14일 이내에 중동지역을 방문한 자로 정의하고 있다. 정은경 질본 본부장은 “검역 당시 발열ㆍ호흡기 증상이 없어 의심환자로 분류되지 않았다”며 “다만 주의사항에 대한 안내문을 문자 메시지 등으로 전송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A씨는 설사 증세가 멈추지 않자 공항에서 곧장 삼성서울병원에 연락해 내원을 신청했다. A씨는 공항으로 마중을 나온 아내와 함께 리무진형 택시를 타고 오후 7시22분 삼성서울병원에 도착했다. 병원 측은 이미 전화로 A씨의 중동국가방문력 등을 확인한 터라, 응급실 외부 격리진료소와 보호구를 착용한 의료진을 대기시켜 진료를 시작했다. 그 결과 발열과 가래, X선 상 폐렴 증상이 확인됐고, 병원은 오후 10시34분쯤 보건당국에 이 같은 내용을 신고했다.

보건당국은 이 때서야 A씨를 의심환자로 분류했다. 공항 검역장을 통과한 지 약 5시간 만이다. 이후 A씨는 강남구 보건소에 배치된 음압구급차량을 통해 국가지정 격리병상이 있는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이 환자에게서 채취한 검체를 분석한 결과 이튿날인 8일 오후 4시쯤 메르스 양성으로 최종 판정됐다. 환자 체온은 7일 오후 8시쯤 검역장 기록보다 2도 가량 높은 38.3도까지 올랐지만, 9일 현재 위독한 상태는 아니다.

A씨가 ‘밀접 접촉’을 했다고 판정한 인원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불안을 키우고 있다. 밀접접촉자가 A씨가 항공기에서 병원까지 이동하는 동안 2m 이내에 긴밀하게 접촉하거나, 가족처럼 같은 공간에서 함께 생활한 사람 등을 말한다. 보건당국은 8일 A씨 메르스 확진 발표 당시 밀접접촉자를 총 20명으로 발표했다. A씨 좌석을 기준으로 항공기 내 앞ㆍ뒤 3열에 앉았던 탑승객 10명, 검역관 1명, 출입국심사관 1명, 항공기 승무원 3명, 삼성서울병원 등 의료진 4명, 가족(아내) 1명이다. 하지만 9일 오후 1시40분 현재 택시 기사 1명과 A씨 입국 때 휠체어를 밀어준 도우미 1명 등 2명이 추가됐다. 밀접접촉자 외에 항공기에 동승한 승객 등 일상접촉자 역시 이날 현재 440명으로 집계됐지만, 밀접접촉자 확대에 따라 이 인원도 크게 늘어날 수 있다. 두바이에서 A씨와 같은 항공기를 타고 입국한 일상접촉자 중 영국인 B(24)씨는 당국의 통보를 받고 미열과 기침, 콧물 증상이 있어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격리 검사를 진행 중이다. 확진 판정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 질본 관계자는 “A씨 이동경로와 그 과정에서의 접촉자 확인을 위해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진행 중”이라며 “밀접접촉자들은 메르스 최대 잠복기인 14일 동안 관할 보건소에서 집중 모니터링을 받는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저작권 한국일보]그래픽=신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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