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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최종병기, 정상외교

입력
2018.09.09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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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종전선언ㆍ핵신고 맞교환 과제

트럼프 정치입지 넓힐 방안도 논의해야

종전선언-핵신고 시차 최소화도 추진을

대북 특사단이 평양을 방문해 남북관계 발전,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정착의 문제를 폭넓게 협의하고 돌아왔다. 특사단의 핵심 임무는 남북정상회담 협의와 교착 상황에 빠진 북미협상 중재다. 매우 이례적으로 불과 2주 전에 일자를 확정한 것은 그간의 북미협상이 남북정상회담에서의 성과를 상당 부분 결정하기 때문이었다. 주지하다시피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빈손 3차 방북’에 이어 4차 방북이 취소됨으로써 상당한 부담과 한계를 안고 만나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비핵화는 평화프로세스의 전부가 아니며, 남북관계가 북미관계에 종속되지는 않는다고 강조하지만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적어도 현 시점에서 뇌관은 역시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의 기 싸움이다.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이 아무리 새로운 신뢰관계를 선언했다고 하더라도, 실천 과정에는 지난 25년 동안의 북핵문제와 70년 간의 적대관계로 인한 불신이 개입하고, 상대방에게 선제행동을 필연적으로 요구하게 된다. 목표인 비핵화와 체제보장의 교환에는 쉽게 합의했으나 실천의지에 대한 불신으로 미국은 북한에게 핵프로그램의 전부를 신고할 것을, 북한은 미국에게 종전선언을 각각 요구하고 있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실험 유예,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미군 유해송환, 동창리 미사일엔진 시험장 폐쇄를 진행하고 있으니 종전선언 차례라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신고서 제출 전에는 어떤 행위도 비핵화 조치가 아니라고 반박한다. 종전선언의 경우 남북은 정치적 선언으로 평화프로세스의 출발을 상징하는 조치로 보고 있으나, 미국은 평화협정에 준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종전선언은 정전체제와 미군주둔 문제까지 흔들 수 있고, 더욱이 북한이 이를 이용해 비핵화를 미룬 채 공세를 펼칠 것이라고 의심한다. 사실 싱가포르 정상회담 당시 남북정상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까지도 종전선언을 평화프로세스의 ‘디딤돌’로 매우 낙관적으로 판단했지만, 현재는 한걸음도 전진하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이 됐다.

트럼프는 전체 판을 엎을 생각은 없지만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국내정치적으로 어려움에 몰린 상황이다. 최근 뉴욕타임스를 통한 고위공직자의 폭로는 정부 내의 난맥을 넘어 불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차제에 강경파는 승기를 잡았다고 여기며, 북한의 굴복을 요구하고, 안될 경우 판을 깨는 편이 낫다는 입장을 노골화하고 있다. 판단컨대 북한의 큰 양보가 없을 경우 선거 때까지 움직이지 않을 것이며, 선거 후에도 결과에 따라 더 비관적 전망까지 가능하다. 중국을 훼방자로 몰면서 판을 엎는 출구전략으로 갈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중국은 그런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지극히 소극적이다.

특사단 방북으로 전환의 계기를 만든 것은 분명하다. 전해 온 김정은의 발언은 주목할 만하다. 트럼프에 대한 신뢰의 불변과 비핵화 의지의 재확인은 기본이고, 보다 적극적 조치를 할 용의를 밝혔으며, 특히 종전선언 요구는 한미동맹 약화나 미군철수와는 상관없다고 함으로써 미국의 의심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에서 할 일이 분명해졌는데, 그것은 종전선언과 핵신고서의 맞교환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관건은 우선 종전선언의 선(先) 이행을 보장함으로써 북한의 핵신고서 제출을 끌어내는 것이다. 이를 대미설득의 핵심으로 삼아야 하고, 종전선언을 해도 북한이 정전체제 붕괴 시도를 하지 않을 거라는 점도 확실하게 약속받아야 한다. 또한 북한이 원하는 대로 종전선언을 먼저 해주되, 그 간격을 최소화해 거의 동시적으로 이행한다는 합의를 이끌어낼 경우 미국 내 비판에 대한 트럼프의 입지를 강화해줄 수 있다.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진전을 위한 보다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기대한다는 정의용 실장의 언급을 보면 정부 계획도 여기에 맞춰져 있다는 것을 가늠할 수 있다. 물론 성공한다 해도 이후 미국을 설득하는 더 큰 장애물이 남아있지만, 총력을 기울여 반드시 만들어내는 일이 먼저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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