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거 전까지 개헌선거 문제 천착
새 헌법으로 시대정신 바꿔야
“진보정치는 항상 어려웠지만 가지 못할 길도 아니죠. 이제 전진할 일만 남았습니다.”
김종철 정의당 원내대표 비서실장은 고(故) 노회찬 전 의원의 마지막 비서실장이다. 노 전 의원의 원내대표 임기 내내 그림자 수행을 했고 지난 7월 27일 고인의 영결식장에선 위패를 가슴에 품고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9일 경기 모란공원에서 열린 49재 추모식에서도 그는 사실상 정치적 상주 역할을 했다. 그는 “그의 빈자리가 너무 크지만 한 걸음이라도 나가야 했던 시간”이라며 “고인에 대한 뜨거운 추모열기가 당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는 것을 보면서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고 운을 뗐다.
노 전 의원과의 인연은 18년 전 시작됐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학생운동을 하다가 2000년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 시절 비서로 정치권에 첫발을 디뎠을 때 노 전 의원은 당의 사무총장이었다. 이듬해 총선에선 노 전 의원이 선거대책본부장으로, 김 실장이 당 대변인으로 한 팀에서 호흡을 맞췄다. 노 전 의원이 2008년 진보신당을 창당해 2010년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을 때는 김 실장이 캠프 대변인으로 합류했다. 하지만 늘 같은 길을 걸었던 것은 아니다. 진보 진영의 부침에 따라 다른 노선에 몸을 담았고, 2014년에는 김 실장이 오랜 터를 다졌던 동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노동당 소속으로 나갔을 때 노 전 의원이 출마해 경쟁자로 만나기도 했다.
그에게 ‘노회찬 정치’는 무엇일까. 김 실장은 “노 전 의원의 서거 이후 7만 2,000여명이 조문을 했고 9,000여명이 추천인에 ‘노회찬’을 적고 새로 입당해 당원이 4만 8,000명이 됐다”면서 “남은 이들은 ‘노회찬 정치’가 무엇인지 알고 답하라는 무거운 책임을 떠안았고 그 뜻을 받드는 게 나의 화두”라고 강조했다. 그는 “진보정치는 늘 어려웠기 때문에 갑자기 당원이 늘어난 것 자체로는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다”면서 “많은 사람들의 힘이 모아졌기 때문에 그 길의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방법은 더 고민하면서 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포스트 노회찬’ 시대의 당면 과제는 선거제도 개혁이라는 게 김 실장의 판단이다. 그는 “노 전 의원은 서거 전까지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 문제에 천착했고, 헌법 관련 책도 준비할 만큼 헌법으로 시대정신을 바꿔야 한다는 신념이 강했다”면서 “정의당의 지지율이 15%까지 올라도 정의당 의석은 여전히 5석인데 이 간극을 메우는 게 당의 큰 숙제다”라고 설명했다.
과연 김종철은 정치적 상주를 넘어, 포스트 노회찬 시대를 이끌 진보정치의 차세대 주자가 될 수 있을까. 그는 “단순히 누가 노회찬 다음 스타 진보정치인의 명맥을 이을 것인지의 문제가 아니라 진보정치의 자산을 키우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노 전 의원이 끊임없이 공부하는 정치가였던 것처럼 나부터 진보적 가치를 더 깊게 담아낼 수 있는 정책 역량을 키워나가려고 한다”면서 “당 차원에서는 청년 정치학교, 노회찬재단에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이미 제2, 제3의 노회찬의 씨앗이 곳곳에 뿌려지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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