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취업 많아 고용률 상승 불구
알바 등 대부분 질 낮은 일자리
비정규직 비율 높고 저임금 굴레
최근 발표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7월 제주지역 고용률은 68.2%로 전국 17개 시ㆍ도 중 1위다. 실업율도 1.9%로 가장 낮았다. 이 같은 추세는 지난 10년간 지속적으로 유지됐다. 통계 수치로만 보면 제주는 고용측면에서 가장 견실한 지자체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속내들 들여다 보면 완전히 다르다. 40%에 가까운 비정규직 비율, 사업체의 영세성, 저임금 등 질적인 측면에서는 전국 최저 수준이다.
제주 제주시에 거주하는 김경숙(가명ㆍ38ㆍ여)씨는 다섯 살 막내가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한 지난 2월부터 제주시내 음식점에서 일을 하고 있다. 점심 시간대에만 일하고, 월급은 한달 80만원 정도를 받고 있다. 일은 좀 힘들고 월급도 많지 않지만 초등학생인 첫째와 둘째, 막내까지 챙길 수 있는 것은 물론 집안일도 할 수 있어 대체로 만족하고 있다.
김씨는 “남편 월급은 고정돼 있는데, 애들이 크면서 학원비 등 돈을 쓸 곳이 늘어나 첫째를 낳은 이후 10여년 만에 다시 일을 시작했다”며 “친구들이나 주위 이웃들도 보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부분 맞벌이를 하고 있다. 하다못해 겨울철이 되면 감귤따기나 식당 등에서 아르바이트라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씨의 사례처럼 제주는 여성 취업자가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많아 고용률 등을 끌어올린 케이스다. 실제 도내 여성 고용률은 지난 10년간 최소 57.3%에서 최대 65%로, 전국 평균(47.8~50.8%)과 비교해 크게 높다. 하지만 상당수 여성들은 단순 노동이나 단기 아르바이트 등에 종사하고 있어 실제 일자리의 질은 좋지 않다는 게 제주 고용시장의 현실이다. 통계의 함정인 셈이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발간한 ‘2017년 통계로 보는 노동시장의 모습’에도 제주지역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율은 39.1%에 달했다. 도내 300인 미만 사업체가 전체 사업체의 99.9%를 차지하는 등 업체 규모도 매우 영세했다.
임금은 전국 최저 수준이다. 5인 이상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상용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264만9,000원으로, 전국 평균 351만1,000원보다 87만2,000원 낮았다. 반면 근로시간은 177.3시간으로, 가장 적은 서울(166.3시간)보다 11시간 더 많았다.
오임수 제주도 일자리정책 담당은 “제주지역은 예부터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가 많은 특성이 있고, 관광지 특성상 서비스업과 1차 산업의 비중이 커 높은 고용률을 유지하고 있다”며 “하지만 단순 노동을 필요로 하는 직업이 대부분이어서 임금 등 질적인 부분은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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