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세가율 30%대 속출
18억 매매물건이 6억 전세도
집값 폭등에 전세가율 하락한 것
“매매가 오르고 매물 잠김 현상
전셋값 뒤따라 폭등 가능성도”
서울 같은 대도시의 아파트 적정 전세가율(주택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의 비율)은 60%안팎이라는 게 부동산 시장의 통설이다. 전세가율이 이 보다 더 올라가면 집값을 밀어 올리고, 반대로 밑으로 떨어질 경우엔 집값도 하락한다는 게 그 동안의 경험칙이다. 전세가율이 매매가에 가까워지면 세입자들이 아파트 매입에 나서고, 전세가율이 추락할 경우엔 ‘갭투자’를 한 이들이 집을 팔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세가율 변화는 매매가의 흐름을 예측할 수 있는 전조로도 평가됐다.
하지만 최근 이 같은 주택 시장의 통념이 깨지고 있다. 강남과 여의도 등 서울 주요 지역에서 전세가율이 적정 수준의 절반인 30%대로 하락한 단지들이 속출하고 있는데도 매매시장의 열기는 식기는커녕 더 뜨거워지고 있다. 오히려 폭등하는 매매가에 전세시장도 뒤따라 반응하면서 가을 이사철 전셋값이 불안한 상태다.
7일 부동산114 등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장미아파트 전용면적 133㎡은 매매 물건이 18억원에 나오고 있지만 전세는 6억원선이다. 전세가율이 33%에 불과하다. 강남구 대치동 선경1차아파트 전용 128㎡도 매매가는 27억원까지 형성돼 있지만 전세는 9억원 중반대에 거래되고 있다. 이 단지 역시 전세가율은 30%대다.
실제로 최근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하락 추세다. 지난 1월 62.8%였던 전세가율이 지난달엔 57.6%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이는 최근 몇 주간 폭등한 집값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수치여서 전문가들은 이달 전세가율은 더 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전세가율 하락세는 실제 전셋값이 떨어졌기 때문이 아니라 집값이 너무 올라 상대적으로 전세가율이 떨어진 것이다. 최근 2년간 전세가율이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지역을 보면 성동ㆍ송파ㆍ동작ㆍ영등포구 등 서울 집값 상승을 이끈 지역임을 확인할 수 있다. 7월말 기준 성동구는 2년 전에 비해 전세가율이 16.7%포인트(p)나 빠졌고 송파구(-15.3%p) 동작구(-15.2%p) 서초구(-13.2%p) 영등포구(-12.8%p) 강남구(-12.6%p) 마포구(-12.1%p) 등의 순으로 하락했다. 마포구 공덕동 S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최근 몇 년 동안 마포구 전셋값이 떨어진 적은 한번도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폭등하는 집값에 전세시장도 뒤따라 들썩이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 규제로 매매 물건이 준데다 가을 이사철까지 맞물리면서 전셋값도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전세 수요가 늘면서 집주인들도 높아진 매매가에 맞춰 전세 호가를 올리고 있다.
서울 전세가는 7월 들어 마이너스에서 벗어난 데 이어 8월 마지막주와 9월 첫째주에 각각 0.09%, 0.08%씩 올라 상승 폭을 키우고 있다.
서울 강남권에서 가장 전셋값 상승이 두드러진 곳은 재건축 이주 수요가 풍부한 서초구다. 신반포3차, 반포 경남아파트 등 2,000여 가구가 7월부터 이주를 시작했고 한신4지구, 반포주공1단지 1ㆍ2ㆍ4주구 등 1만여 가구도 이주를 앞두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도 올해 초 시세를 회복한 뒤 전세 호가가 계속 오르고 있다. 헬리오시티 등 입주물량 증가로 역전세난까지 우려됐던 6월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잠실엘스 전용 84㎡는 최근 8억3,000만원에 전세가 거래된 후 호가가 9억원대로 뛰었다.
전문가들은 추석 전 정부의 추가 규제 발표도 예정돼 있어 매매 물건 품귀 현상이 심화되면 전세 시장이 함께 폭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매매가격이 오르고 있는데다 매물 잠김 현상으로 물건도 부족한 상황이다 보니 전세 시장도 이에 반응을 하고 있다”며 “결국 매매가를 따라 전셋값도 따라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부동산114에 따르면 9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54% 올라, 전주(0.57%) 대비 상승폭은 소폭 둔화됐지만 여전히 강세를 보였다. 노원(1.00%) 성북(0.95%) 강동(0.92%) 강서(0.77%) 동작(0.75%) 송파(0.71%) 중구(0.71%) 강북(0.69%) 등 강북권 저평가 소형 아파트가 상승세를 견인했다. 수도권에서는 광교(1.37%)가 급등 양상을 나타냈고 과천(0.88%) 광명(0.81%) 의왕(0.52%) 등도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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