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과 특사 결과 통화한 볼턴
北 언급 없이 한국과 조율만 강조
비핵화 조치 없어 北의도 모호 판단
남북대화 지켜보며 대응 모색할 듯
北해커 첫 기소, 제재 지속 명확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북 특사단 방북 결과를 정치적으로 적극 활용하고 나섰지만, 백악관 참모들과 미 국무부는 절제되고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몬태나주 빌링스에서 열린 공화당 지지자모임에서 “북한이 내 임기전 비핵화를 하겠다고 밝혔다”고 자랑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아무 것도 양보하지 않았는데도, 유해를 송환했고 미사일ㆍ핵실험도 없었다”며 현재의 북미대화 상황을 자신의 강력한 대북제재로 북한에서 많은 양보를 얻어낸 것처럼 묘사했다. 또 “미국에서는 듣기 어렵지만, 김정은이 나를 신뢰한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트위터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는 변함이 없다’는 김 위원장 발언을 소개하면서 “우리는 함께 해 낼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 발언을 정치적 목적을 위해 활용하는 트럼프 대통령과는 달리 백악관 참모들은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오늘 아침 나는 한국의 카운터파트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의 5일 평양 방문에 대한 종합적인 내용을 전달받기 위해 정 실장과 통화했다”며 “우리는 18~20일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과 9월 하순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 총회에 참석에 앞서 계속 연락을 취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통화에서 정 실장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에 대한 특별한 언급은 없이 한국 정부와의 조율만 강조한 것이다. 인도를 방문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할 일이 여전히 산적하다”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국무부도 한국 대북 특사단의 방북 결과에 대한 입장을 묻는 한국일보 질의에 “우리의 목표는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합의한 대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하는 것이다”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3차 남북 정상회담 개최와 남북연락사무소 개소에 대한 남북 합의에 대해서도 “우리는 싱가포르 회담에서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했다”며 “이는 남북 관계 진전이 비핵화 진전과 보조를 맞춰가야만 하기 때문에 그렇게 했던 것이다”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6ㆍ12 싱가포르 회담에서 3차 남북 정상회담과 남북연락사무소 개소 등이 담긴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는 성명을 채택하긴 했으나, 이는 비핵화 진전과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란 원칙적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과 한국은 북한 문제에 대해서 긴밀히 협력하고 있으며 단일한 대응을 조율하기 위해 긴밀히 접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무부 동아태국은 이날 존 설리번 국무부 부장관과 마크 내퍼 한국ㆍ일본 담당 부차관보가 조윤제 주미 한국대사를 만나 다양한 이슈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미국의 신중한 반응은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내 비핵화 실현’이란 김 위원장의 언급이 긍정적인 면을 지니면서도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는 결여돼 북한의 의도가 여전히 모호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으로선 당장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재추진하기 보다는 남북 대화 과정을 지켜보면서 북한의 태도 변화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 법무부는 이날 ▦2014년 소니픽처스 해킹 ▦2016년 8,100만 달러를 빼내간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해킹 등의 혐의로 박진혁이라는 북한 해커를 기소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북한의 사이버 범죄와 관련해 북한 해커를 기소한 것은 처음이다. 이와 함께 재무부는 박진혁과 그가 소속된 조선엑스포 합영회사를 제재 명단에도 추가했다. 한국 정부가 대북 특사단의 방북 결과를 강조하는 시점에 새로운 제재를 내놓음으로써 북한의 구체적 비핵화 조치까지는 대북 제재가 지속된다는 미국 입장을 분명히 한 셈이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김정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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