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 북구 장성동의 초록어린이집 교사인 박시현(37)씨는 최근까지만 해도 불러오는 배만큼, 걱정도 컸다. 임신 4개월인 그의 몸이 갈수록 무거워지면서 수업에 대한 차질도 우려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이런 고민은 포항시의 복지정책 사업으로 말끔하게 사라졌다. 포항시가 지난 7월 전국 최초로 시행한 ‘임산부 보육교사 보조교사 지원 사업’에 힘입어 아이들을 돌봐줄 선생님이 한 명 더 생기면서다. 정씨는 “시간이 지나면서 ‘움직임이 둔해지면 어쩌나’하면서 초조했었는데, 보조교사가 생기면서 안심이 된다”며 “동료 교사들에게 덜 미안하고 아이들에게도 선생님이 한 명 더 생겨서 좋은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포항시의 임산부 어린이집 보육교사 지원 프로젝트가 맞춤형 사업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보조교사 채용으로 임신한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의 업무 부담을 줄여주는 한편 새로운 일자리까지 창출하면서다. 특히 이 사업은 포항시와 이 지역내 보육교사간 간담회 자리에서 나왔던 건의사항을 정책으로 반영한 것이어서 의미도 더해지고 있다.
출발은 앞선 6월, 포항시내 임산부 보육교사를 돕는 보조교사 공개 모집과 함께 시작됐다. 이 모집에서 선발된 12명의 보육교사 자격증 소지자들은 지난 7월2일부터 포항지역의 각 어린이집으로 파견되면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보조교사의 근무환경은 하루 4시간씩, 주 5일 근무와 함께 급여는 약 90만원이다. 포항시에선 4개월 가량 근무하는 보조교사들의 임금과 더불어 4대 보험까지 지원한다. 보조교사를 채용한 어린이집의 비용 부담은 전혀 없다.
어린이집에 파견된 보조교사들의 만족도 또한 높다. 사실, 과거 어린이집 선생님으로 근무했던 보조교사들의 대부분은 결혼 등으로 직장을 떠난 경력단절 여성이다. 하루 평균 4시간씩 자신들의 경력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가사와 육아는 물론 수입까지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 보조교사들에게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내고 있다. 정씨의 보조교사로 일하게 된 10년 경력의 박유리(44)씨는 “시간제 일자리를 구해보려고 했지만 아이를 돌보며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며 “지금은 아이가 등교한 뒤 출근하고 하교하기 전 일이 끝나기 때문에 육아엔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흡족해했다.
검증된 양질의 인력을 보조교사로 채용한 어린이집의 평가도 호의적이다. 임경주 포항 초록어린이집 원장은 “임산부 교사는 안심하고 아이들을 돌볼 수 있고, 파견된 보조교사는 경력단절에서 벗어나고, 어린이집은 부담 없이 교사를 채용할 수 있다”며 “저출산이 심각한데 이 사업이 아이 낳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사례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포항시 또한 임산부 어린이집 보육교사 지원 프로젝트 확대를 꾀할 방침이다. 포항시가 임산부 보육교사 지원을 위해 올해 확보한 사업비는 보조교사 20명분의 4개월 치 급여 등을 포함해 약 7,200만원. 하지만 포항시는 내년엔 9,000만원까지 예산을 늘려 잡고 보조교사들의 채용 규모도 25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윤은하 포항시 보육지원팀장은 “어린이집들이 안고 있던 고민도 해결하고 여성 일자리 확대와 저출산 문제도 극복하는 좋은 정책으로 평가 받고 있다”며 “보조교사 인원 수를 늘리고 지원 사업을 더 많은 사업장으로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글ㆍ사진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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