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 수치 사태 외면 1년
국제사회 직접 칼 빼 들어
실제 재판까지는 험난한 길
집단학살, 전쟁범죄 등 반인도적 범죄 처벌을 주관하는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로힝야족 사태’에 대해 조사권한이 있다고 밝혔다. 미얀마 군부의 유혈탄압으로 발생한 70만 로힝야족 사태와 관련, 국제 사회의 문제해결 촉구에 미얀마 정부가 꿈쩍도 않자 국제사회가 직접 ‘칼’을 빼 들겠다는 것이다.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자문역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ICC는 6일 성명을 내고 “예비재판부는 미얀마에서 방글라데시로 강제 추방당했다고 주장하는 로힝야족에 대해 사법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다수 의견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ICC는 로힝야족 사태의 직접 관련자인 미얀마가 ICC 회원국은 아니지만, 로힝야족이 피신한 방글라데시의 경우 ICC 회원국임을 지적하며 이같이 결정했다. 그 동안 미얀마는 ICC 비회원국임을 들어 ICC가 로힝야족 사태에 대한 사법관할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ICC의 이날 결정은 지난달 27일 유엔 진상조사단의 발표 열흘 만에 나온 것이다. 로힝야족 탄압 문제를 조사해오고 있는 유엔 진상조사단은 민 아웅 라잉 미얀마군 총사령관과 다른 다섯 명의 장성을 국제법에 따라 중범죄 혐의로 법정에 세울 것을 촉구했다. 유엔은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이 이끄는 미얀마 정부가 로힝야족을 겨냥한 증오표현을 사실상 허용하고, 문서 기록들을 폐기했으며 라카인ㆍ카친ㆍ샨주에서 군부의 반인권 범죄를 막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ICC 예비재판부의 이 같은 결정에 따라 ICC는 로힝야족에 대한 미얀마 군부의 집단학살 및 성범죄 의혹을 반인도적 범죄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ICC는 우선 미얀마 군부에 대해 범죄혐의가 있는지 예비조사를 한 뒤 정식수사가 필요할 정도의 범죄혐의가 있다고 판단하면 정식수사를 개시하게 된다. 이후 기소 여부 결정, 재판 등의 과정을 밟게 된다.
하지만 반인도적 범죄 혐의자들을 실제 재판에 세우는 게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ICC의 충실한 조사와 재판 진행을 위해서는 미얀마 정부의 협조가 필요하지만, 미얀마 정부가 ICC에 협조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10일 로힝야족 사태를 국제법정에서 다뤄야 한다는 파토우 벤소우다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사장의 주장에 대해 수치 국가자문역은 성명을 통해 ‘쓸데없는 일’(meritless)이라 비판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미얀마의 한 언론인은 “정부가 로힝야 사태 취재 기자에 중형을 선고, 사태를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내부에서도 받고 있다”며 “정부가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계속 버티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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