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고 일반고 전환’ 교육부 동의
학부모 소송 제기 등 거센 반발
내년 서울 13곳 재지정 평가
정책 추진 놓고 논란 더 커질 듯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취소 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서울 대성고의 일반고 전환이 확정됐다. 자사고 폐지를 공언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전환 사례이지만, 교육 수요자들의 반발이 여전히 거세 일방통행식 정책 추진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대성고 자사고 지정취소에 교육부가 동의했다고 7일 밝혔다.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하려면 관할 시ㆍ도교육감이 교육부 장관에게 사전동의를 받아야 한다. 행정절차가 마무리되면서 대성고는 2019학년도부터 일반고 편제로 신입생을 뽑는다. 다만 재학생들은 졸업 때까지 자사고 교육과정을 적용 받고 등록금도 현재 수준으로 내야 한다.
대성고는 올해 신입생 모집에서 350명 정원에 250명만 지원하는 등 학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7월 시교육청에 자사고 지정취소를 신청했다. 서울에서 자사고가 일반고로 바뀐 것은 2015년 미림여고ㆍ우신고에 이어 세 번째로 현 정부 들어서는 처음이다.
그러나 학생ㆍ학부모와 교육 당국 사이 갈등의 골은 전혀 메워지지 않고 있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 당사자 입장을 듣는 소통이 절대 부족했기 때문이다. 대성고 학부모 40여명은 이날 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 주체인 학생ㆍ학부모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일반고 전환이 결정됐다”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사퇴를 촉구했다. 실제 시교육청은 청문을 진행하면서 법령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들의 의견을 묵살했다. 학부모들이 반발하자 일부를 초청하긴 했으나 학생 참여는 끝까지 배제됐다. 여기에 “(학생이) 교육행정에 이의를 제기한 건 제도 의미를 확대해석한 것”이라며 절차의 합법성만 강조한 조 교육감의 청원 답변 태도는 반발만 더 불렀다. 대성고 학부모 이현주씨는 “제도 변경으로 피해를 볼 학교 구성원들에게 먼저 이해를 구하는 게 상식인데도 시교육청은 면피성 발언만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교육청은 대성고에 교육과정 운영비 등으로 5년 간 10억원을 지원하고 학교와 학생, 학부모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꾸려 혼란을 최소화한다는 복안이지만 반대 여론을 누그러뜨릴 지는 미지수다. 이미 일부 학생ㆍ학부모가 행정소송을 제기해 19일 첫 심리가 열리는 등 일반고 전환 후폭풍은 법적 분쟁으로 비화된 상태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자사고 이슈가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당장 내년에 서울에서만 자사고 13곳이 재지정 평가를 받는데, 재지정 권한을 가진 시ㆍ도교육감 상당수는 폐지에 동조하고 있다. 이들 학교는 대성고처럼 원하지 않아도 점수에 의해 퇴출될 수밖에 없어 교육 당국이 합리적 평가 기준이나 명확한 의견수렴 방안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잡음은 훨씬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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