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드라마 시장은 ‘장르물 전성시대’다. 로맨스물에서 막장 드라마로 이어졌던 인기 흐름이 이번에는 장르물로 향한 것이다.
▲ 케이블이 쏘아 올린 장르물 인기 신호탄
의학 드라마로 대표되던 장르물이 본격적으로 스펙트럼을 확장하며 조명 받기 시작한 것은 OCN과 tvN 등 케이블 채널이 수사 장르물을 선보이면서부터였다.
2016년 1월부터 3월까지 방송되며 케이블 채널의 한계를 넘어 신드롬급 인기를 구가했던 tvN ‘시그널’이 그 대표적인 예다.
‘시그널’은 김혜수, 조진웅, 이제훈 등 연기파 배우들의 호연과 실제 미제 사건들에서 모티브를 얻은 현실감 있는 에피소드들로 수사 장르물의 신기원을 개척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tvN은 ‘피리 부는 사나이’ ‘비밀의 숲’ ‘무법 변호사’ 등 탄탄한 스토리를 갖춘 수사 장르물을 연이어 선보이며 케이블 채널을 중심으로 한 장르물 인기를 확대시키는 데 일조했다.
OCN 역시 장르물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다. 2010년 ‘신의 퀴즈-시즌 1’을 시작으로 ‘뱀파이어 검사’ ‘특수사건 전담반 TEN’ 등 숱한 장르물 드라마들을 선보여 온 OCN은 ‘나쁜 녀석들’ ‘실종느와르 M’ ‘38사기동대’ 등을 통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장르물 명가로 자리매김했다.
올해까지도 OCN의 장르물 열일 행보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 해 호평 속에 종영했던 ‘보이스’는 올해 시즌 2를 제작하며 지난 시즌을 넘는 화제성과 고정 팬층을 양산하고 있으며, 지난 동명의 영국 드라마를 리메이크 했던 ‘라이프 온 마스’ 역시 탄탄한 스토리와 빈틈 없는 배우들의 호연 속에 시즌 2를 기대케 하며 종영했다.
▲ 지상파와 종편, 장르물을 품다
케이블부터 시작된 장르물의 인기가 점차 팬층을 늘려가며 로맨스, 막장 등 비슷한 장르에 염증을 느끼던 지상파와 종편 역시 앞 다투어 장르물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KBS2는 수사 장르물이었던 ‘추리의 여왕’을 비롯해 보험 범죄를 다뤘던 ‘매드독’, 법정 장르물 ‘마녀의 법정’과 ‘슈츠’까지 연이은 장르물을 선보이며 지상파 표 장르물에 대한 가능성을 입증했다.
KBS에 이어 MBC는 ‘파수꾼’ ‘검법남녀’로, SBS는 ‘리턴’ ‘친애하는 판사님께’ ‘이판사판’ 등으로 장르물 흥행 기류에 몸을 실었다. 종합편성채널 JTBC도 장르물인 ‘미스 함무라비’ ‘라이프’를 연달아 선보이고 있다.
케이블 채널의 드라마 흥행에 다소 부진한 성적을 면치 못하던 지상파에게 장르물의 인기는 ‘돌파구’였다. 실제로 ‘마녀의 법정’ ‘슈츠’ 등은 지상파의 부진 속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장르물 드라마의 홍수 속에서 러브 라인과 수위 조절에 집중했던 지상파 장르물들은 케이블 장르물 만큼 큰 반향을 일으키는 데 실패하며 단지 유행에 편승하기 급급한 느낌을 지우지 못했다.
▲ 장르물 인기 속 새로운 과제
그럼에도 장르물의 인기는 한동안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방대한 ‘장르물’이라는 개념 속에서 수사물을 넘어 법정물, 의학물 등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다.
그 예로, 쏟아지는 비슷한 장르물에 대한 염증 속에서 새로운 시도를 알린 OCN의 ‘손 the guest’를 꼽을 수 있다. ‘손 the guest’는 OCN의 대표 장르인 수사물을 넘어 엑소시즘와 샤머니즘을 결합한 ‘한국형 리얼 엑소시즘 드라마’로의 도전을 알렸다. 천편일률적인 장르물 속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5일 KBS2에서 첫 방송을 시작한 ‘오늘의 탐정’ 역시 초자연적인 존재와 수사물을 결합한 신선한 시도로 장르물의 대안을 제시했다. ‘전설의 고향’ 이후 KBS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초자연적 소재 장르물이라는 점과 케이블 못지않은 감각적 연출은 첫 방송 4.4% 시청률과 높은 화제성을 낳으며 흥행 성공을 점치게 했다.
케이블과 지상파를 점령한 장르물의 인기 속에서 모두가 공생하기 위해서 남겨진 단 한 가지 과제는 ‘차별화’다.
이미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장르를 마냥 쫓아가기 보다는 신선하고 독특한 시도를 거듭할 때, 비로소 작품성과 흥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