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북미 양측을 조율하는 수석 협상가(chief negotiator) 역할을 요청했다고 청와대가 6일 밝혔다.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그제(4일)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전달해달라’고 한 메시지가 있었다”며 “이번 방북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정 실장을 특사로 하는 대북 특별사절대표단은 5일 당일치기로 평양을 방문해 김 위원장을 접견했다.
김 대변인은 또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에서 문 대통령에게 북미 양쪽을 대표하는 수석 협상가가 돼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이런 배경 하에 (대북 특사단이)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한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이견을 조율하는 한국 정부의 중재자 역할에 확실히 힘을 실어줬다는 것이다.
정 실장으로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해 받은 김 위원장도 다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메시지를 전달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청와대는 메시지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비핵화 의지 및 6ㆍ25전쟁 종전선언과 비핵화 리스트를 맞바꾸는 문제에 대한 김 위원장의 구상일 가능성이 크다.
한편 정 실장은 이날 오후 8시 존 볼튼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전화를 걸어 특사단 방북 결과를 설명했다. 정 실장은 통화에서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3차 남북 정상회담 등 남북미 현안을 긴밀히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북미 간 이견을 조율하는 협상가 역할을 부탁하면서, 대북 정책을 둘러싼 한미 갈등설도 일부 불식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이레적으로 한미 정상 통화 내용을 추가 공개한 데는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 역할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보수 야당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정지용 기자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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