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서 건물주에 휘두른 사장
살인 의도 명백한 증거 없어”
1심 재판부, 징역 2년6개월 선고
특수상해 혐의는 유죄로 판단
임대료 인상 문제로 다투다 건물주에게 둔기를 휘두른 서울 서촌 궁중족발 사장이 1심에서 살인미수죄를 면했다. 그는 상해 혐의만 인정돼 검찰 구형량(징역 7년)에 크게 못 미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는 6일 살인미수ㆍ특수상해ㆍ특수재물손괴 등 혐의로 기소된 전 본가궁중족발 사장 김모(54)씨의 국민참여재판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김씨는 우선 살인미수 혐의에서 무죄를 받았다. 재판부는 “건물주를 살해할 의도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김씨가 망치를 휘두를 때 살인의 의도(사람을 죽일 수 있는 가능성이나 그러한 위험이 있었음을 인식하는 것도 포함)가 있었느냐 하는 문제였다. 그러나 국민참여재판 배심원과 재판부는 김씨에게 살인의 의도가 있었다고 볼 만큼 명백한 증거는 없다고 판단했다. 배심원들은 살인미수 혐의를 만장일치로 무죄라고 판단했다. 다만 건물주를 다치게 한 특수상해 혐의에서는 유죄가 선고됐다.
앞서 검찰은 “상당한 기간 동안 사회와 격리해 재범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며 징역 7년을 구형했지만, 핵심 혐의인 살인미수가 인정되지 않으면서 김씨 형량은 구형량보다 확 줄게 됐다. 이번 재판에서 배심원 다수는 김씨에게 징역 2년 이상을 선고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김씨는 6월 7일 서울 강남구 골목길에서 자신이 운전하는 차량으로 건물주 이모(60)씨에게 돌진한 뒤 이씨 머리를 망치로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2009년 5월 보증금 3,000만원에 월 임대료 263만원에 전 건물주와 계약을 맺었고, 2015년 5월 임대료를 297만원으로 올려줬다. 그러나 그 해 12월 건물을 인수한 건물주 이씨가 보증금 1억원에 월 임대료 1,200만원을 줄 것을 요구하면서 갈등이 깊어졌다. 김씨가 인상 요구를 거절했고 이씨는 가게를 비울 것을 요구했다. 이씨는 김씨가 가게를 비우지 않자 명도소송을 내 승소하기도 했다. 이씨는 지난해 10월부터 12차례에 걸쳐 강제집행을 시도했지만, 김씨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되다 올해 6월 4일 강제집행됐다. 김씨는 강제집행 3일 후 범행을 저질렀다.
임대료를 한번에 4배 이상 올리려 했던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계약갱신청구권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 논의에 불이 붙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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